[ET칼럼]노키아일까, 애플일까

 노키아일까, 애플일까. 당연히 애플이다. 삼성전자가 휴대폰 신화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이제 노키아가 아니라 애플임이 명확해졌다.

 삼성전자의 지난 분기 실적이 주는 함의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휴대폰 부문서 122억9700만달러의 매출로 1위에 올라섰다. 휴대폰 사업에 뛰어든 지 4년만의 일이다.

 반면 노키아는 104억9800만달러로 삼성전자의 105억870만달러에도 뒤졌다. 판매대수에서 1억850만대, 7000만대를 판매한 노키아·삼성과는 비교가 안된다. 애플은 단 1864만대를 판매하고도 매출 1위에 등극한 것이다.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와 역주능력을 보여준 셈이다. 특히 매출에 이은 영업이익 측면에서 애플의 성과는 가히 독보적이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일군 애플의 실적은 시사하는 바 크다. 스마트폰이 아직 휴대폰 판매량 가운데 34%에 불과하다는 점이나 스마트패드와 스마트TV로 이어지는 향후 트렌드를 감안할 때 당분간 정보기기 부문의 강세는 불문가지다.

 노키아와 양강구도를 노려온 삼성의 입장에서 보면 스마트폰 부문의 열세는 상당히 뼈아프다. 애플이 스마트폰 부문서 시장점유율 30%에 육박했으나 삼성은 간신히 9%대를 기록 중이다. 7~8년전 삼성이 프리미엄폰 전략을 앞세워 노키아를 맹추격하던 때를 연상시킨다.

 무엇 때문일까. 결과만 놓고 보면 애플의 전략이 삼성을 압도한 셈이다. 애플의 하드웨어(HW) 아웃소싱 정책과 콘텐츠시대에 걸 맞는 소프트웨어(SW) 집중화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한 발 앞선 소비자 중심 전략이 주효했다고나 할까. 애플 따라하기만 급급하고 있는 현실이 그렇다는 얘기다. 삼성 휴대폰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가고 있는 이유다.

 휴대폰 HW는 이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가격 전략이 좌우하게 됐다는 얘기다. 중국과 대만 등 다른 후발국들이 부상한 이유다. 닌텐도가 좋은 예일 것이다.

 문제는 유저인터페이스(UI)를 비롯한 SW다. SW는 콘텐츠 전략과 적절하게 맞아떨어질 때만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 애플이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에 주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하나는 앱 스토어 같은 공생 및 연합세력화 전략이다.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애플의 생태계 시스템 안으로 들어와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고 애플과 공생하는 구조다. 예속적 하도급주의에 빠져있는 우리기업 문화와는 다르다.

 컨셉의 문제인가, 전략의 부재인가. 기업은 기회의 창만큼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대의 코드를 읽어내는 통찰력이 중요한 법이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휴대폰은 지금 단일 기업이 아닌 공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춘 연합군끼리의 싸움이 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경쟁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전략이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