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역 과학연구단지 정책 전면 손질해야

 정부는 16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거점 지구를 최종 확정하면서 관련 예산도 5조2000억 원으로 1조7000억 원이나 증액했다. 선택과 집중, 강력한 지원을 통해 ‘제2의 과학입국’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과학기술계의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 탈락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전히 반발한다. 일시적인 현상이면 좋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다. 과학기술에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구조는 아직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연구단지라고 하면 대덕을 떠올리나 전국엔 비슷한 단지가 수두룩하다. 2009년 초까지 미포, 창원, 광주, 전북, 오창, 강릉, 부산, 대구, 구미, 전남 등 10곳의 지역 과학연구단지가 지정됐다. 그 이듬해 충남과 제주 추가 지정이 논의됐다. 웬만한 곳마다 하나씩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땅이 얼마나 넓다고, 이렇게 많은 과학연구단지가 필요한지 모르겠다.

 지역 과학연구단지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과 총선과 지방선거 등 정치적 시류를 타고 남발됐다. 대덕과 같은 특구를 바라는 정치권과 지자체의 바람을 무마한 측면이 있다. 과학벨트 이슈가 나오자 지자체들의 기대치는 더욱 커졌고, 그 후유증을 지금 겪는다.

 지역 과학연구단지는 중앙정부와 지자체로부터 각각 150억 원씩 5년간 300억 원을 지원받는다. 과학연구단지라는 말 자체가 부끄러운 정부 지원이다. 각 연구단지마다 차별성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기존 산업단지의 문패만 바꿔달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당장 지역 과학연구단지의 운영 실태와 성과, 기대효과를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 다른 연구단지와 어떠한 차별성이 있는지, 해당 지역의 산업과 어떠한 시너지를 내는지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 연구기반을 실질적으로 다질 방안을 찾을 수 있다. 과학벨트 사업도 더 성공에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