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 오전 9시 워싱턴DC 미국 연방조달청(GSA) 건물.
미국 전역에서 건설회사 대표 150여 명이 모였다. 중소기업 23곳, 대기업 38곳에서 온 대표들이다. 이들 기업은 대기업 1곳과 중소기업 1~2곳이 서로 짝을 이뤄 멘토(자문)계약을 맺은 팀들이다.
앞으로 이들 팀은 연방조달청이 발주하는 각종 대형 공사에 공동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날은 이들이 연방조달청과 3년간 멘토계약을 체결하는 날이다. 미국 연방정부 부처 중 이 같은 멘토프로그램을 가장 잘 운영하는 기관은 국방부와 연방조달청이다.
조달청 물량 중 37%가량(166억달러)이 중소기업으로 나가고 이 중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대부분 멘토프로그램에 가입한 기업에 우선 배정된다.
멘토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중소기업이 주계약자가 되고, 대기업은 그 중소기업의 하도급 기업이 된다는 것. 물량을 받은 중소기업이 전체 공사를 책임지고 `하도급 기업`으로 공사에 참여한 대기업은 이 중소기업에 대해 경영자문, 교육, 자금조달, 기술지원을 맡는다.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 6개월마다 연방조달청은 멘토링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정밀 감사에 나선다.
만약 하도급 기업인 대기업 측 횡포가 발견되면 멘토 계약은 즉각 취소되고 해당 대기업은 다른 모든 정부 입찰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다른 민간 공사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
토니아일랜드 연방조달청 멘토프로그램 매니저는 "세계적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상생이 가장 잘 실현되는 곳이 바로 이곳 조달청"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이익을 더 많이 취하는 행위 등은 상상할 수 없고, 되레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거느리고 일하는 게 멘토프로그램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중소기업에 조달물량을 더 많이 주는 일차원적인 지원책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또 다른 대기업으로 키워내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로서도 대기업이 참여하는 멘토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 약점인 품질보증, 자금 동원 등을 보완할 수 있어 이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마타 존슨 연방조달청장은 이날 "중소기업 혼자서 입찰에 참여했을 때는 엄두도 못 냈을 대형공사를 대기업을 멘토로 삼아 따내고, 또 성공적으로 마치는 사례가 많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연방 기관에서 발주하는 공사를 수주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중소기업이 대기업 도움을 받아 성장하는 비결이고, 조달청이 시행하는 멘토링 취지" 라고 소개했다.
[워싱턴 = 장광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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