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주파수 경매가 임박한 가운데 ‘황금 대역’으로 불렸던 ‘700㎒’ 대역이 경매계획에서 슬그머니 빠지면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방송통신위는 원래 주파수 경매와 관련해 2.1㎓, KT가 7월 반납할 예정인 1.8㎓ 일부 대역 그리고 2012년 말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면서 남게 되는 여유분 700㎒ 대역을 일괄 경매에 부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2.1㎓와 1.8㎓와 두 대역만 경매에 부치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700㎒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방송사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통신 역차별 논란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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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최근 제한 방식으로 2.1㎓와 1.8㎓만 경매에 부치기로 사실상 주파수 배분 계획을 확정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17일 “2.1㎓와 1.8㎓를 함께 할당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제하며 “하지만 700㎒는 할당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방통위는 올해 초부터 세 주파수 대역을 경매에 부친다는 것을 전제로 실무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달 주파수 경매 의견수렴을 위해 열린 공청회에서도 2.1㎓와 1.8㎓ 대역, 700㎒ 등 세 개 대역을 전제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고 경매방식을 집중 논의했다. 방통위 실무선에서도 세 개 대역 주파수 할당을 골자로 정책 기조를 수립해 상임위에 보고를 마친 상황이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700㎒ 대역은 내년 12월 아날로그 방송 종료와 함께 디지털방송 대역을 470~698㎒로 옮기면서 남는 698~806㎒대의 108㎒ 잔여분이다.
방통위는 원래 이를 통신사에 배분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최근 KBS·MBC 등 방송사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입장을 유보해 왔다.
문제는 방통위가 태도를 바꾼 700㎒ 대역이 고주파 대역에 비해 전파 도달 거리가 길고 효율성이 두 배가량 좋아 사실상 통신에서는 황금 주파수라는 점이다.
대역폭도 가장 넓을 뿐더러 글로벌 대역으로 LTE 등 4세대 망으로 가장 유망한 주파수 대역이었다. 이 때문에 각 나라에서는 이미 700㎒ 대역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이용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미국·독일 등에서는 700㎒ 여유 주파수를 이용해 상용 LTE망을 구축 중이다. 아태 지역에서도 700㎒ 대역을 LTE 핵심 대역으로 확정하고 공동 대역으로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태 지역 표준화 상황을 주목하고 있는 등 차세대 통신 대역으로 전용이 활발한 상황이다.
방통위가 결과적으로 700㎒ 대역을 배제한다는 방침을 바꾸지 않는다면 통신 3사는 2.1㎓ 대역의 10㎒, 1.8㎓ 대역의 10㎒ 등 20㎒를 놓고 치열한 주파수 확보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또 2.1㎓ 대역은 참여 제한을 둘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SK텔레콤이 이미 60㎐를 확보한 상황에서 주파수 독점 논란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반면에 사용기한이 오는 6월로 만료돼 KT가 반납할 1.8㎓는 경매참여 제한을 두지 않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핵심 대역이었던 700㎒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빠지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통신 3사 내부에서는 ‘팥소 없는 찐빵’이라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는 이르면 이달 말 상임위원 전체회의에 주파수 경매안을 상정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경매 방식과 일정을 결정할 계획이어서 늦어도 내달에는 주파수 할당이 끝날 예정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