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KT스카이라이프 재송신 문제 언제 풀리나…애꿎은 시청자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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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스카이라이프 시청자의 6번 채널에서 검정색 화면만 나온지 25일이 지났다. SBS가 자사의 고선명(HD) 방송 실시간 재송신을 중단한지 한 달이 다 돼 가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좀체 풀리지 않고 있다.

 양 측 모두 여러가지 안을 놓고 논의해왔지만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급기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 제재를 언급할 정도로 자체 해결을 유도했지만 당분간 송출 중단 사태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정원 방통위 뉴미디어정책과장은 “두 회사의 시청자 보호 방안 자료를 검토해 이르면 다음주 초까지 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라며 “위원회 논의 거친 뒤 제재를 결정하겠지만 그 때까지는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다”고 고심의 단면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번 해법에 따라 다른 사안에 미치는 영향이 많아 단순히 SBS와 KT스카이라이프라는 두 회사 차원에서 끝날 성질이 아니라는데 있다. IPTV·케이블TV 등 다른 유료방송 업계와 지상파 업계에서도 언제든지 이런 상황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재송신 문제의 시작=SBS와 KT스카이라이프의 갈등의 배경에는 지상파 방송 재송신에 대한 케이블TV·IPTV·위성방송 업계의 복잡한 이권 다툼이 있다. 방송 시장은 커지지 않는데 다양한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각 회사들이 기존 수익을 나눠 가져야 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영향력이 가장 큰 지상파 방송이 제값 받기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

 현재 방송법에는 지상파 방송 중에서 KBS1·EBS만 의무 재송신 채널로 규정하고 있지만 MBC·SBS·KBS2도 케이블TV에 무상으로 방송을 재송신 해왔다. 하지만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와 통신사업자의 IPTV가 등장하면서부터 지상파가 수신료를 요구할 명분이 생겼다. 태생이 다른 IPTV·위성방송과 수신료 계약을 하면서 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TV 쪽에도 수신료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싸움은 법적 문제로까지 비화돼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쟁점은=쟁점은 세 가지로 축약 된다.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가 사적 재산권인지, 지상파 방송을 수신해서 시청자에게 송출하는 행위가 저작권 침해 행위인지, 지상파 방송 콘텐츠에 지불할 적정 대가는 얼마인지다.

 일단 지상파 방송 콘텐츠에 저작권이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정부의 허가를 받고 주파수를 할당 받아 사업을 영위한다는 점에서 중간에서 방송 송출을 하는데 이것을 시청자에게 전가한다는 게 이중 부담이 아니냐는 것이다.

 케이블TV협회 측은 지상파 방송을 수신하고 송출하는 행위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케이블 측 소송을 대리하는 장선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실시간 지상파 방송을 공중에 방송하면 국민은 보편적 시청권을 갖게 되고, 이걸 유선 사업자에게 돈을 내고 볼 것인지 안테나로 직접 수신할지는 시청자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측은 방송이 모든 플랫폼에서 제공될 필요는 없다는 점을 내세운다. 적정한 대가를 받지 않고 중계해서 송출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라는 것이다. 일단 1심 법원은 지상파 쪽의 손을 들어줬다. 의무재송신 채널에 MBC·SBS를 넣을 것인가도 같은 맥락이다. 수신료를 받지 않는 두 회사가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정당한 대가 산정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유료방송 쪽은 유료 방송에 노출되는 광고 수익은 지상파가 그대로 가져가는 데다 지금껏 유료 방송에서 난시청 해소에 나서 일견 지상파 영향력 확대에 일조해왔다는 주장이다. 지상파는 자신들의 콘텐츠로 유료방송이 수익을 낸다는 점에서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해법은 뭔가=양 측의 대립이 워낙 첨예해서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방안은 당장은 없어 보인다. 시청자의 시청권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중요하다. 방통위는 지난 4월 제도개선안을 내놓고 30일 공청회를 열었다. 두 가지 안 모두 양 측의 견해를 절충했다고 자평했다. 법원의 판결을 앞둔 만큼 판결 내용을 보고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미 MBC와의 분쟁이 있은 이후에도 이번 방송 송출 중단 사태에서 어떤 역할도 못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소홀한 역할론에 근거한 것이다. 두 진영 간 힘겨루기로 그동안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시청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학계 다수의 견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