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신비 인하 방안을 곧 발표한다.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 등 주요 부처는 이르면 다음주 중 인하 방안을 공개한다는 계획 아래 막바지 정책 조율 작업을 거치고 있다. 일부 사안에서 통신사업자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한나라당이 당 차원에서 현 통신비 인하 방안에 정식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18일 신용섭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통신비 인하는 정부가 TF를 구성해 기본 정책을 그리면서 사업자에게도 요금 인하방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발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다만 신 위원은 “(일부 보도된 것과 달리) 이번 주에는 인하안을 발표하지 않는다”고 밝혀 다음주 중 발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쟁점이 됐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아예 논의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져 현행대로 존속될 가능성이 높다. 기본료 등 일괄 요금 인하는 서로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일부 요금을 소폭 내리더라도 실제로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요금 면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아 해법을 놓고 막바지 조율 중이다. 이외에도 노인과 청소년용 스마트폰 요금제 도입, 음성·데이터·문자 사용량을 이용자가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모듈형 요금제’ 확대, 통신사가 아닌 제조사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는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 등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5월 6일자 1면 참조>
이와 관련해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난 17일 “가입비·기본료 인하 등 다양한 요금 인하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세부 인하 방안은 보고 받은 적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발표를 앞두고 일부 인하 방안이 솔솔 새어 나오면서 각계 반응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급기야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18일 당과 협의하지 않은 정부의 통신비 인하 방안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11시 신용섭 방통위 상임위원에게 통신비 인하방안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당에서 요구했던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정부가) 기정사실화해 밀어붙이면, 국회에서 뒷받침할 수 있겠느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이어 “국민 모두가 골고루 혜택을 받기 위해선 기본료를 인하해야 한다”며 “기본료는 망 투자 비용 회수가 끝난 현시점에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휴대폰 가입비는 가입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가입비를 폐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양문석·김충식 등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강하게 반발, 마지막 인하안 절충작업에서 난항을 예고했다. 두 위원은 “여당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통위를 비난하는 것은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를 한나라당 소위원회로 간주하고, 방통위의 중립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법적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