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
중국이나 유럽의 문화유산에 비해 작고 초라하다고 여겨진 우리문화 유산을 돌아보고, 애착을 느끼게 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10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1993년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당시 영남대 교수)가 출간한 1권 ‘남도 답사 일번지’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답사 열풍을 몰고 왔다. 국내 편 세 권과 북한 편 두 권을 합쳐 모두 260만부가 팔릴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유홍준 교수는 10년 만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펴내며 부제를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로 정했다. 해박한 지식으로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과 가치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방식은 그대로지만, 여기에 문화재를 만들고 지키기 위한 숱한 상수들의 이야기가 더해졌다. 곳곳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필부들을 인생의 상수로 꼽으며 그들과 만난 이야기들이 녹아 있어 답사기가 한층 더 생동감 있고, 현장감 있게 다가온다.
첫 시작은 경복궁이다. 서울 한가운데 있어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때로는 중국의 자금성과 비교해 초라하다고 여기기까지 하는 곳에서 유 교수는 우리 문화유산의 독창성과 미학을 발견해 들려준다. 총 4장에 걸친 경복궁의 이야기는 단순히 경복궁의 설립 배경 각 건물이 지닌 의미만을 설명하지 않는다. 경복궁과 광화문을 중심으로 우리가 겪었던 영욕의 역사를 녹여 내고 돌 하나를 배치하고, 나무 하나를 심는 데도 소홀하지 않은 상수들의 지혜를 풀어낸다.
유 교수의 답사는 경복궁을 시작으로 순천 선암사, 거창·합천을 거쳐 부여·논산·보령에 이른다. 주말 거처로 삼은 부여에 머무르게 된 사연과 옛 백제의 정취가 남아있는 부여에서 만난 상수들의 이야기가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 이상으로 정겹다. 낙화암, 백마강을 다루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백제의 역사를 바로잡고, 멸망한 국가 ‘백제’가 아닌 독특한 풍치를 지닌 ‘백제’의 흔적을 소개한다.
우리 문화유산을 다루지만 필자는 우리 것의 소중함을 소리 높여 강요하지 않는다. 문화유산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인생의 깊이가 더해진 여행기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독자를 국토 박물관으로 빨려 들어가 가한다. 무엇보다 문화재청장으로 4년간 재직하면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문화재 보존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과 대안도 더했다.
유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6’를 펴내며 ‘시즌2’라고 말한다. 우리 강토와 문화유산에 대한 사랑으로 떠나는 답사 여행이 새롭게 시작됐다는 뜻이다. 다음 답사 지역은 제주도가 될 전망이다. 그는 더 나아가 일본과 중국에 있는 우리 문화 유산까지 아우르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6권과 함께 이제까지 출간된 나머지 다섯 권도 개정판으로 펴내 전집으로 묶었다. 지난 시간 행정구역 개편으로 바뀐 지명이나 도로명 등도 바로 잡고, 각 문화유산과 관련해 새롭게 추가된 사실이나 일화를 더했다. 또, 사진을 컬러로 바꾸고 활자나 편집도 다듬는 등 좀 더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개정했다.
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 1만6500원.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