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소비와 고용이 주춤한 상황은 미국 경제에 큰 부담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하반기 새로운 양적완화(QE3)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큽니다.”
권경혁 써미트투자자문 대표(53)는 미국 금융계의 향후 전망을 어둡게 내놨다. 세계 경기의 가장 큰 동력인 미국 소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것이다. 권 대표가 그간 미국 월가의 지인들을 만나고 속내 깊은 정보를 접하며 얻어낸 결론이다. 미국 소비가 당분간 되살아나지 않으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국내 주식시장의 3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이 자금을 거둬들일 수도 있다.
이처럼 그가 미국 시장에 대해 강력한 예언을 하는 데는 세계 금융의 중심인 ‘월가’에서 20여년간 몸소 체험하고 터득한 체험이 밑바탕이다. 그는 메릴린치증권 재직 시절인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발생 당시 이사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포트폴리오를 청산하고 추가 투자를 동결해 미국 채리터블 재단의 자산을 100% 보호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는 세계 금융시장의 메인스트림인 월가에서 축적된 시장을 바라보는 깊숙한 통찰력과 냉철한 판단이 만들어낸 결과다.
권 대표는 지난 1989년 메릴린치증권 뉴욕본사에서 입사, 자산운용, 전략기획 리스크 관리 등의 업무를 맡으며 월가의 중심에서 일전을 치렀다. 월가의 메인 스트림에서 활동한 국내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국내와의 인연은 배호원 전 삼성증권 사장의 요청을 받고 2008년 삼성증권에 합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년간 삼성증권 리스크 관리 전무로 자산운용의 리스크 관리를 한 단계 진화하는데 공헌했다는 평을 얻었다.
이런 그가 최근 30년간의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컴백, 투자자문사 수장으로 나섰다. 권 대표는 “앞으로 금융의 메인 스트림인 ‘월 스트리트’에서 쌓은 선진화된 자산 운용 경험을 국내 투자자들이 안정적 수익을 누릴 수 있는 데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써미트투자자문의 투자운용 수익률 목표를 10∼15%로 주변의 기대보다 낮게 제시했다. 기대치가 높으면 그만큼 굴곡이 크다는 그의 답변이다. 최근 투자자문사나 운용사들이 30∼100%가 넘는 1년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국내 자본 시장을 바라보는 견해다.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강세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률이라 하락장에서 수익률이 급격히 나빠지면 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 결국 고객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러면서 역발상 가치투자를 투자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는 “시장에서 매도할 대 매수하고 매수할 때 매도해 시장수익률을 창출, 하락장에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것이 목표다”며 “절대적인 투자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는 투자가 바로 역발상 가치투자로 시장의 신뢰를 얻는 방법”이라고 단언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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