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동통신사들이 휴대폰 전략 제품으로 ‘가라케이’를 버리고 스마트폰으로 갈아탄다. 가라케이는 ‘갈라파고스 케이타이(휴대폰)’의 줄임말로 독특한 생태계를 가진 갈라파고스 섬처럼 일본에서만 팔리는 내수용 휴대폰을 의미한다.
전 세계를 휩쓰는 스마트폰 열풍 속에 가라케이를 고집하던 일본 이통사들도 전략을 바꾼 셈이다. 단지 휴대폰 제조업체뿐 아니라 게임 등 콘텐츠 업계도 일본에서 신규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주요 외신들은 올해 일본 휴대폰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판매 대수에서 가라케이를 앞설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가라케이는 ‘전자지갑’이나 ‘적외선 통신’ ‘아이모드’ ‘영상통화’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춰 일본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 사용이 자유로운 스마트폰이 가라케이의 기능을 하나둘 대신하면서 무게추가 급속히 기울기 시작했다. 각 이통사는 경쟁적으로 스마트폰사업 강화 계획을 내놨다.
가라케이 덕을 가장 많이 본 NTT도코모도 스마트폰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추세다. NTT도코모는 지난 16일 여름 시즌을 겨냥해 24종의 신제품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9종이 스마트폰이다. 야마다 류지 NTT도코모 사장은 “겨울 시즌 신제품은 가라케이보다 스마트폰 비중을 높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KDDI도 마찬가지다. 지난 17일 KDDI가 출시한 12종의 여름 신제품 중 6종이 스마트폰이다. 다나카 타카시 KDDI 사장은 발표회에서 “올해 출시 목표 1200만대 중 400만대 이상을 스마트폰으로 채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최대 수혜주는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는 소프트뱅크다. 이 회사는 아이폰으로 NTT도코모와 KDDI 양강 구도를 단번에 무너뜨리고 3두마차 시대를 열었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안드로이드폰까지 내놓을 방침이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MM총연은 “2010년 4월부터 2011년 3월까지의 전체 휴대폰 출하량 3765만대 가운데 22.7%인 855만대가 스마트폰”이라며 “올해는 스마트폰 비중이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라고 설명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