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J 등 금융 계열사를 둔 그룹들이 과징금 고민에 빠졌다.
오는 7월 이전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금융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거액의 과징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열사 매각보다는 과징금이 해당 그룹들의 현실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정 내에 공정거래법 개정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과징금 규모가 어느 정도에서 결정될지도 관심사다.
현행법상 일반 지주사는 금융자회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하지만 공정위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 등을 감안해 이들 기업의 지분정리 유예 기한을 연장해줬다. 그 기한이 SK증권을 자회사로 둔 SK는 7월 2일, CJ창업투자를 자회사로 둔 CJ는 9월 3일이면 만료된다. 만약 법 시행일이 이 날짜 이후로 정해지면 이들 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도 불가피해진다.
이 때문에 6월 정기국회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부칙에 포함될 법의 시행 시기가 최대 관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이미 지주사 체제로 바꾼 기업들의 운명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공포 후 즉시 시행’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시행 시기를 늦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측은 규제를 강화하는 법은 유예 기간을 주지만, 규제를 푸는 법안은 빠르게 시행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이에 야당 측에서 시행 시기를 늦추는 것을 전제로 예상 과징금 범위 등을 산정해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재계는 해당 그룹들이 원칙대로 과징금을 물면 수백억원대도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에서도 지주사 전환에 앞장선 기업들에게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SK 관계자는 “다른 지주사 전환 그룹들에 비해 유예기간 만료가 빨리 다가오는 SK 입장에서는 과징금 규모에 관심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국회의 결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용어>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또 기업결합 신고대상 축소, 상호출자금지 등의 예외사유 추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공시규정 정비 등이 담겼다. 지난 2008년에 발의돼 올해 국무회의를 거쳐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일반지주회사 밑에 금융자회사와 금융손자회사를 둘 수 없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