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컬럼] `운칠기삼(運七技三)`

 지금으로부터 135년 전인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조수인 웟슨과 함께 사람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하는 데 성공한다. 전화기를 발명한 날, 벨이 옆방의 웟슨에게 했다는 유명한 말, “미스터 왓슨, 이리로 오게. 자네가 보고 싶네.” 이것이 바로 인류 최초의 전화 통화기록이다.

 벨은 같은 해 2월 14일 오전, 미국 특허청에 ‘전화발명’ 특허를 접수한다. 그러나 바로 몇 시간 후 전화 기술을 등록하기 위해 특허국을 방문한 또 다른 사람이 있다. 이젠 누구도 그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엘리셔 그레이다. 이 불운(不運)한 천재 과학자는 불과 몇 시간 차이로 벨에게 전화기 특허를 양보해야만 했다.

 그레이는 평생을 전화기 개발에만 몰두한 전신 엔지니어다. 전자기학 전문가였던 그레이가 기술면에서 벨보다 조금 앞서 있었다는 것이 주변 과학계의 평가다. 하지만 벨은 전화기 하나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쥔 사업가로 성공한 데 반해 그레이는 후회와 통탄의 인생을 살아야 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일을 성공하는 데 운(運)이 7할이고, 재주(기술)가 3할이라는 의미다. 모든 인생사가 정의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운명의 장난에 따라 행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용장(勇壯), 맹장(猛將), 지장(智將), 덕장(德將)이 다 덤벼도 운장(運將) 한사람에 못 당한다’는 속어도 있다. 그러고 보면, 성공한 사람들이 간혹 ‘나는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것도 결코 틀린 얘기만은 아니다.

 하지만 7할이 운명이라고 해도, 분명 남다른 3할의 노력은 존재한다. 어느 분야서든 일가(一家)를 이룬 사람들은 일반인과는 다른 그들만의 성공 인자(因子)를 지녔다. 눈물 젖은 빵은 기본이고 강한 신념과 낙천적인 사고로 역경을 헤쳐나간 그들의 인생 스토리는 진한 감동을 준다. 특히 창업으로 성공한 기업가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 등 남다른 열정을 지녔다. 여기에 창조적 도전정신과 미래를 보는 혜안(慧眼)까지 더해지면서 성공한 기업가는 이제 가장 존경받는 대상으로 떠올랐다.

 운 좋은 사업가, 그레이엄 벨 역시 자신의 발명품을 인류 미래에 기여할 창조적인 대상으로 보았다. 그래서 1878년 회사를 만들었고, 이후 급성장해 1910년에는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당시, 세계 최고의 전신회사이던 웨스턴유니언 경영권을 확보하기까지 했다.

 결국, 그레이엄 벨의 명성과 부는 그레이보다 불과 몇 시간 앞서 전화 특허를 등록한 행운도 있었지만 ‘창조적 정신’과 ‘미래를 보는 눈’을 가졌기에 가능했다. ‘내가 잘했고 능력이 뛰어나 성공했다’는 것은 착각이지만, 운(運)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지배한 것도 아니다. 어쨌든, 3할 정도의 확률이면 충분히 해볼만한 도전이다.

 주상돈 경제정책부 부국장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