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비롯한 언론계 전체 광고 시장을 좌우할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 논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대책은 물론이고 중소·지역 방송사의 고사를 막기 위한 대안 마련에도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23일 방통위 방송광고정책팀 관계자는 “일단 무슨 법안이 됐든 방통위 입장에서는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우선”이라며 “통과가 되지 않는다면 뾰족한 수가 없고 다시 논의를 거쳐 통과할 수 있도록 국회 쪽에 건의할 것”라고 말했다.
현재 나와 있는 6개 안이든 또 다른 절충안이든 미디어렙 논의를 정치권의 몫으로 돌리고 법 통과가 안 될 경우 차후 대책도 마련해 놓지 않았다는 뜻이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개국을 앞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개사가 직접 광고 영업에 나서고 지상파도 직접 영업을 시작하면 방송은 물론이고 신문·잡지·출판 시장까지 혼탁해질 우려가 크다. 정작 종편을 4개사나 허가해 이런 상황을 조성한 방통위가 정치권에 공을 미뤄두고 손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지역·종교 방송사 쪽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방통위는 해결책을 주지 못하고 있다. 중소·지역 방송을 위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도 “일단 법 통과 이후에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지역 방송국 관계자는 “가뜩이나 지역이 무너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MBC·SBS와 종편 4개사가 직접 영업을 하면 지역 민의를 대변할 방송사마저 경영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며 “지역 방송에 대한 강제 할당제도 등을 도입해줘야 한다”고 방통위의 관심을 촉구했다. 또 다른 중소방송사 관계자는 “방통위에서 법안 통과에만 신경 쓸게 아니라 법안 통과를 미루더라도 중소·종교 방송사 등에 대한 제도를 확실히 마련해 놓고 가는 게 우선 아니냐”며 “법안 통과 이후에 대책을 생각해 본다는 걸 어떻게 신뢰할 수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미디어렙 논의는 지난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방송광고공사 독점체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부터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지금껏 대체 법안을 만들지 못했다. 지난 17일 전재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은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렙 법안의 처리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