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는 피스톤 링과 같은 엔진 부품을 조달해온 한 부품 협력사의 파업으로 오늘 일부 자동차 모델의 생산을 중단한다. 미국 애플은 중국 청두의 팍스콘 공장 폭발 사고로 ‘아이패드2’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두 사례의 원인과 상황은 전혀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공급망관리(SCM)의 부재다.
현대기아차는 해당 협력사의 노사 분규가 두 달 넘게 이어질 동안 대응책 하나 마련하지 않았다. 팍스콘 공장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보이나 이미 직원의 잇따른 자살 사건으로 문제가 됐던 곳이다. 더욱이 작은 불씨 하나만 보여도 큰일인 공장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라면 인재(人災)가 분명하다.
물론 현대기아차와 애플이 협력사 문제를 마음대로 해결할 수 없다. 그럴지라도 예방책과 아울러 조달 다변화와 같은 대비책을 세워놔야 한다. 그 경영혁신 기법이 SCM이다. 생산, 유통, 서비스에 이르는 일련의 가치사슬 흐름에 정보가 원활히 흐르도록 하는 일이다.
애플은 AMR리서치의 글로벌SCM 평가 1위를 3년째 놓치지 않았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물류 전문가 영입과 함께 글로벌 SCM을 구축해오고 있다. 이번 사태만 보면 두 회사의 SCM이 단순한 정보시스템 구축에 머물러 경영 판단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거나 효율성만 중시해 지나치게 가볍게 접근함으로써 SCM의 또 다른 목표인 안정성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가치사슬이 나날이 견고해지는 세상이다. 작은 문제 하나가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는 있다. 협력사의 작은 문제도 허투루 무시해선 안 되는 이유다. 다른 대기업들은 현대기아차와 애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혹시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아닌지 SCM 전반을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