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게임과몰입 치료센터 연 한덕현 교수 "치료 · 연구 양쪽 모두 목표"

한덕현 중앙대학교 신경정신과 교수
한덕현 중앙대학교 신경정신과 교수

 “게임과몰입 치료·진단 척도 개발·새로운 방식의 치료기법 개발로 깊이 있는 연구와 내실 있는 치료 두 마리 토끼를 잡겠습니다.”

 국내 최초로 외래진료·입원치료·그룹치료·가상치료 등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갖춘 게임과몰입 상담센터가 오는 6월 8일 중앙대학교 병원에 열린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게임과몰입 치료만을 위한 공간과 인력이 생긴 사례는 드물다.

 이 센터를 여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이는 한덕현 중앙대학교 신경정신과 교수다. 한 교수는 센터에서 치료팀장을 맡아 실질적으로 센터를 지휘한다.

 센터에는 전문의와 심리사가 상주하는 상담실과 가상현실 치료실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중앙대학교 측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미 공간이 확보됐다. 6세 미만 영유아 아동의 치료를 전담하는 공간과 가족이 함께 게임과몰입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그룹 치료실도 생긴다. 폐쇄병동에는 2~3개의 베드를 확보해 중증 중독환자의 입원치료도 병행한다.

 센터는 기존 게임과몰입 진단에 쓰였던 ‘K척도’와 ‘영척도’를 보완해 새로운 기준도 제시할 계획이다. 새로운 척도는 ‘1단계에 비해 3단계는 3배 심각한 과몰입 상태를 보인다’는 식으로 세분화가 가능하다.

 또 알콜중독 치료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를 게임과몰입에 맞게 개발해 가상공간에서의 심리치료를 하는 등 새로운 기법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진다. 고글을 쓰고 아바타를 통해 마치 게임을 하듯 치료가 진행된다.

 한 교수는 “게임에 중독이라는 단어를 쓰기에 조심스럽다. 의학적인 중독의 의미와 일반적으로 쓰이는 중독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게임과몰입 증상을 병증으로 쉽게 표현하는 현상을 경계했다.

 의학적으로는 전체의 3~5% 정도 아주 심한 케이스에 관해 중독으로 진단하지만 현재 게임은 17~25%에 이르는 광범위한 대상을 중독군으로 묶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단어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교수에 따르면 게임과몰입은 크게 ‘공존질환’과 순수하게 게임에 열중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공존질환 환자는 우울증 등으로 하나의 대상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공존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이 게임 및 인터넷 중독이다. 이 경우 게임과몰입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반면에 게임자체에 빠져 열중하는 사람도 있다. 의학적으로 본다면 두 가지 경우 모두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 심각하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한 교수는 게임과몰입 치료에 따른 정신과 진료기록이 향후 사회생활에 영향을 준다는 항간의 우려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진료기록의 공개는 의료법상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취업 등에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없다.

 게임과몰입 치료센터는 개인에게 금전적으로 크게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운영될 계획이다. 대부분의 게임과몰입 환자들이 이른바 ‘차상위 계층’에 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치료센터에 오기 전 가정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중립적인 자세가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노력에도 문제가 계속되면 중독자로 발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바로 치료센터가 필요한 단계라는 것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