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진통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안 발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2월 초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정책조정회의 석상에서 통신요금 인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하면서 시작된 통신요금 논란이 좀처럼 끝을 맺지 못하고 있다.

 4월 임시국회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5월 중 통신비 인하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이후부터 통신요금 인하안 발표는 이미 기나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석달 간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범 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인하안 수립 작업을 펼쳤다.

 그 사이 국회의원들은 여야당 가릴 것 없이 문자요금 무료화, ‘블랙리스트’ 도입, 가입비 폐지 등 다양한 인하정책을 직접 제시하며 인하안 수립에 힘을 보탰다.

 최근에는 통신비 인하안의 실제 효과가 적을 것으로 예상한 여당이 방통위 간부에 호통을 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동통신사업자가 기업으로서 감내해야 할 서비스 전략 수정에 대한 고민을 친절하게도 온 나라가 함께 힘을 모아 도와주는 형국이다.

 그래서일까. 정부와 업계 소식통에 따른 요금인하 발표 디데이(D-Day)였던 23일도 하루 종일 진통이 계속됐다. 물가안정대책회의와 당정협의 등을 거치며 이것은 포함되고, 저것은 빼야 한다는 등 또다시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돌았다.

 그 사이 적게는 수천억, 많게는 수조원의 매출 감소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인하안 발표를 주시해온 이동통신사업자와 반대로 나날이 늘어나는 가계 통신비 부담에 버거워하며 인하폭에 기대를 걸었던 통신서비스 이용자들은 지쳐갔다.

 흔히 힘겨운 과정을 거쳐 결과물을 내놓을 때 ‘오랜 진통 끝에’라는 표현을 쓴다. 그야말로 오랜 진통 끝에 마련된 통신비 인하안이 이용자의 편익 개선에 얼마나 도움을 주고, 우리나라 통신 시장 환경 개선에 얼마나 기여할지 궁금하다.

 지난 2월 이후 3개월에 걸친 진통 끝에 통신비 인하안을 수립한 정부도 힘들겠지만 수많은 견제와 간섭 속에 생채기 가득한 인하안을 맞이하는 사업자와 이용자가 겪을 진통도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스마트폰 1000만 이용자 시대를 맞아 통신요금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5월, 기대감보다는 진통의 기억이 오래 갈 듯하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