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통신요금 인하 방안이 통신요금 정책 마련이라는 본래 취지보다는 정치적인 이슈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23일 발표 예정이었으나 2차 당정협의가 늦어지면서 24일, 최악의 경우에는 그 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통신요금에 대한 기본 골격작업은 모두 끝났으나 당과 협의가 늦어지면서 최종 발표일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발표 시기와 관련해서도 빨리 발표하는 게 원칙이나 확실한 시점을 말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요금 인하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는 배경이 당정 협의 때문으로 알려지면서, 요금 인하가 사실상 정치적 문제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나라당은 요금 방안 중에서 핵심인 기본료 인하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주도의 대책이 결국 한나라당에 의해 좌우되는 모양새를 보이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요금 인하안 작업이 정치적 압력에 휘둘리면서 발표 이후에도 적지 않은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벌써부터 통신 요금 인하가 통신비 부담 해소보다는 정치인의 입지 구축을 위한 장으로 변모했다는 비난이 솔솔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기획재정부·방송통신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는 태스크포스(TF) 차원에서 요금 인하 방안을 수립했다.
정부가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통신요금 인하 방안에는 스마트폰 요금제의 소비자 선택권 확대, 과점 체제와 과도한 마케팅 비용에 따른 통신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 완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등의 대책이 담길 예정이다.
지금까지 나온 세부 인하 안에는 △일반 휴대폰 사용자 월 문자 50건, 청소년 월 200건 무료 제공 △스마트폰 사용자의 음성통화량 20분 확대 △청소년, 노인층 스마트폰 요금제 신설 △모듈형 요금제 도입 △특정 계층의 가입비 인하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와 관련, 23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통신요금 인하TF가 시장의 구조적 과점 체제를 완화하기 위해 재판매 사업자 제도를 활성화하고 신규 사업자 진입을 통한 통신 산업 요금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해 실질적 요금인하 이뤄지도록 음성 문자 데이터 양을 이용자가 정하는 선택형 요금제 등 새로운 요금제를 추가로 출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단말기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단말기 출고가 조사를 강화해 나가고 통신사의 별도 개통절차 없이 단말기 이용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TF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사업자와 협의를 마친 상태지만, 당정 협의라는 막판 걸림돌을 만나면서 정치 싸움으로 변질됐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 막바지 당정 협의 과정에서 일부안이 크게 수정될 수 있어 다시 오리무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