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CEO)의 첫 직장은 종합상사였다. 그가 삼성물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시기만 해도 종합상사는 최고 직장이었다. 수출입국, 무역보국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유행하던 시절 글로벌 보부상은 취업생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사명감과 애국심을 가슴에 간직한 채 제품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발품을 팔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글로벌 산업지도와 우리나라를 먹여살리는 주류산업 패러다임을 한순간에 바꿔놓았다.
1960년대 철강, 1970년대 자동차, 1980년대 반도체로 대표되던 우리나라 주류산업은 1990년대부터 정보기술(IT)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대학생이 취업하고 싶은 직장선호도에서 상위권 직장이 됐다. 글로벌 기업인 데다 급여·복지 등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꼽힌다. 2000년대 중후반 들어서는 게임업체가 또 다른 부러움의 대상이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조직문화와 창조적인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젊은 층을 매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게임한다, 그래서 즐겁다=2000년대 들어서는 게임을 필두로 한 콘텐츠 서비스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게임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서 우리의 일상생활, 여가문화를 바꿔놓았다.
인간은 호모루덴스(노는 사람)라는 가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재미와 즐거움을 찾으려는 많은 사람이 게임에 빠져들었다. 게임은 본질적으로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중독 논란에도 ‘나는 게임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또 하나의 대중문화가 형성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수많은 게임과 이를 즐기는 게이머가 생겨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이자 물결이다. 대한민국 남녀노소가 언제 어디서든 즐기는 고스톱을 보자. 48장의 카드를 갖고 즐기는 화투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인터넷 고스톱으로 발전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20년 전에 최초로 화투를 개발하고 닌텐도를 설립한 야마우치 후사지로 창업자가 이 같은 광경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후사지로가 꿈에도 생각지 못한 형태로 게임이 또 하나의 놀이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중국 등지로의 수출로 음악에 이어 또 하나의 한류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괴짜, 오타쿠 등을 연상시키는 게임이 이제는 당당한 산업의 주류로 거듭난 것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지난해 31개국, 8230명을 대상으로 한국 대표산업의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온라인게임은 자동차(1위), 드라마(4위), 영화(8위)에 이어 11위를 차지했다.
2009년 국내 게임시장은 2008년 대비 17.4% 성장한 6조5800억원으로 커졌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전체 시장 56.4%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어느덧 온라인 게임강국 반열에 들어섰다. 스타크래프트를 내세운 게임리그는 게임을 또 하나의 스포츠로 발전시켰고 e스포츠 구단과 게임을 직업으로 하는 프로게이머라는 신종 직업군도 탄생시켰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10대부터 30·40대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인기다. 온라인 게임은 우리나라 국가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왜 우리는 닌텐도와 같은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가”라는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이미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게임에서는 소프트웨어 파워가 검증된 지 오래다. 지금까지 한국판 닌텐도는 나오지 않았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제작된 모바일 게임은 지구촌 사람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중이다.
게임은 일자리 창출에도 효자다. 국내 게임시장의 고용규모는 2001년 1만3500명에서 연평균 15.7% 성장했다. 2009년에는 4만3365명으로 증가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전체 직원 1889명 중 20·30대가 97%를 차지한다.
◇게임의 현재와 미래=게임 산업은 차세대 미래 먹을거리로까지 불린다. 특히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게임을 비롯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의 소셜게임, 가상현실 게임의 성장가능성은 무한대로 평가받는 게 현실이다.
실제 앵그리버드는 수천만 번 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게임빌의 에어펭귄 역시 북미 앱스토어 유료 게임순위 1위를 차지했다.
콘솔게임의 경우 자이로센서 및 모션인식 기술과 결합하면서 현실과 가상세계 경계를 허물고 있다. 대표적인 게 닌텐도 위(Wii)다. 3D 체감형 게임으로 기존 비디오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을 제공한다.
컨트롤러가 달린 바와 센서기술을 활용해 현실세계에서 테니스·골프 등을 치는 동작을 가상 디지털세계와 연결시켜 준다. 닌텐도는 상품성도 인정받았다. 닌텐도 위는 세계적으로 1억대 이상 팔렸다.
앞으로의 게임은 센서 및 동작인식 기술과 결합하면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닌텐도 위, MS의 키넥트(Kinect), 소니의 PS무브 등에 적용된 동작인식 기술이 향후 TV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정희철 모비클 대표는 “게임은 앞으로 N스크린 서비스 한 축으로 성장할 것”이라면서 “클라우드 컴퓨팅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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