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이 자라지 않고 고목만 있는 경제는 한번 불이 나면 숲 전체가 다 타버린다.”
얼마 전 안철수 교수의 말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험적인 기업에서 산업발전에 기여할 제품이 상용화되면 정부는 그동안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현장에 맞는 정책으로 이끌어 주어야 한다.
아무리 위대한 스티브 잡스도 한국에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한다. 혁신적이고 참신한 기술을 가진 어떤 이도 한국에서 만큼은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적 미비함에 희망을 잃을 때가 많다.
필자의 경우 녹색분야의 화두가 되고 있는 ‘UTIS(경찰청 무선 자가망)’에 오랜 개발기간을 기반으로 정부 연구기관의 엄격한 공정을 거쳐 표준모델 업체로 선정이 되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녹색산업의 첨단기술 제품으로써 국내는 물론 수출 모델로 경쟁력을 갖췄다. 무엇보다 경찰청의 의지가 담긴 프로젝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사업은 독점 방지 수단으로 동일한 제품이 두 개 이상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업 발주를 하지 않는다. 이는 새로운 기술이 공공시장에 도입되면 관례적으로 감사부분이 따르는 원인이 지배적일 것이다.
다년간 노력한 결과의 빛을 보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기술 전문기업으로서는 참으로 억울한 현실이다.
세계 시장을 겨냥해야 하는 벤처기업에게 치명적인 정책이다.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신기술도 사회적 구조에 짓눌려 기회를 놓치는 현실에 ‘가난한 벤처’라는 누명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기술전문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녹색성장 정책으로 녹색산업에 대한 민간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녹색인증 기업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도구로 ‘녹색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 산업 전 분야에서 녹색성을 가진 기술 분야를 선별하여 공인된 인증평가 기관과 전문성을 갖춘 공공기관이 녹색인증 대상기업을 평가한다. 단일화된 평가체계가 아닌 유관기관과의 공조로 엄격한 인증절차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지원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고 녹색인증 기업을 지원함으로써 녹색산업을 활성화시킨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녹색인증 기업이 느끼는 정부 지원은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 않고 있다. 녹색인증제가 녹색산업의 민간투자를 유인하고자 하는 취지 아래 시작되었지만, 그 지원규모는 아직 미흡하고 지원자금도 성숙단계이며 기술 및 프로젝트에만 집중되어 있고 연구개발(R&D)·상용화 기술 등에는 그 지원이 미비한 상황이다. 산업 전반에 경쟁력을 갖춘 녹색인증기업을 육성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시행이 절실히 필요하다.
조달청은 각 수요기관에게 녹색성을 지닌 우수한 제품을 추천하여 ‘조달청우수제품’ 으로 우대하고 있지만, 수요기관 담당자의 녹색제품 구매에 대한 의지가 아직은 미비하다.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평가단을 통해 엄격하게 심사를 받은 제품인 만큼 중복 평가를 줄이고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중소·벤처기업이 자생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일정 규모에 있어 수의계약은 물론 부처 및 각 지자체가 발주하는 입찰도 가산점을 책정하는 선명한 규정을 정책으로 제시해야 한다. 공공기관 담당자들이 자유롭게 녹색제품을 활용하여 민간수요 형성을 견인하고 녹색산업 성장을 지원하는데 앞장서길 바라며 조그만 사고의 변화가 국가의 녹색산업을 이끈다는 발상을 인식해 주기를 기대한다.
배희숙 이나루티앤티 대표 hsnaru@e-nar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