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는 가운데,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제품들의 가격 거품을 빼야한다는 주장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가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휴대전화 통신비, 휘발유 및 경유가격 등이 대표적이다.
필자는 동북아 석유물류시장을 선점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진행 중인 동북아 오일허브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지난 2일 국회에서 개최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기름 값은 비쌀 수밖에 없다. 더구나 리비아 사태 등 주요 산유국의 내전이나 국제분쟁은 유가 상승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가 미래에도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투명하면서도 적정한 가격의 석유를 공급받기 위해서 시급히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이다.
전문가들은 동북아 석유물류시장에서 한국이 갖고 있는 경쟁력, 즉 중국과 일본보다 월등한 지정학적인 이점과 인프라 구축, 잉여 정제능력, 거대 배후 석유소비시장 등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우리나라를 석유부문의 물류 중심지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 석유수급안정과 석유가격 인하 효과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선 오일허브사업의 성공이 국내 석유가격에 미치는 효과를 보면, 국내에 중동 및 비중동 산유국의 원유를 유치해 이들 간의 경쟁을 촉진시킴으로써 실질적인 유가인하 혜택을 국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2009년 말 러시아의 ESPO원유가 유입되면서 동아시아 각국이 구미 소비국들 대비 최소 배럴당 3~5달러(한화 기준 약 3000원~5000원) 정도 비싸게 지불하던 아시안 프리미엄이 사라졌다. 향후 오일허브사업이 성공하여 배럴당 1달러만 인하시킬 수 있어도 연간 1조원의 인하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간접 비축효과를 통해 약 7조 5000억원의 예산 절감은 물론 석유물류시장 개장으로 약 4조 4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약 2만 2000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석유중개·거래, 가격형성(Pricing), 석유정보, 해운, 항만 부대사업 등 연관 산업이 발전하고 상시 일정 물량이 저장돼 있어 언제든지 가격만 맞으면 즉시 국내 도입이 가능하므로 우리나라의 석유위기 대응능력도 제고시킬 수 있다.
그러나 동북아 오일허브가 성공적으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가 있다.
무엇보다 세계 2위의 석유소비국인 중국과 3위인 일본이 동북아 오일허브를 추진하기 전에 먼저 허브를 구축하고 상업운전을 개시하여 동북아 석유물류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일허브사업이 대규모 장치산업이고 물류 네트워크와 관련된 산업임을 감안할 때 잠재적 경쟁국들이 20년 이상의 장기투자가 필요한 사업을 선뜻 추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오일허브를 조기에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로 오일허브를 개발해 발전시킨 싱가포르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세계적인 탱크터미널업체를 비롯해 오일 트레이더 등 경쟁력 있는 민간 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방파제, 부두시설 등 하부시설은 정부 재정으로 건설해 정부 영향력도 높이고 장기 사업으로 인한 민간기업의 리스크와 자금조달의 어려움도 해소해줘야 한다.
또한, 오일허브가 단순한 탱크저장시설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울산 북항 기본설계 과정에서 남항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이제부터라도 석유거래소 개설 등 오일허브 구축 이후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다음 세대에게 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가격의 석유를 제공하고 새로운 미래 국가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 여부는 정부의 확실한 의지와 실천에 달려있다.
김기현 국회의원(한나라당, 울산 남구을) eut@assembly.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