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BM이 시가총액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추월했다. 지난 1996년 4월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IBM 시총이 MS를 추월함에 따라 시총 기준으로 IT업계 2위가 됐다.
24일 외신에 따르면 IBM 시총은 23일 뉴욕증시 마감 직전 2036억달러(약 222조6366억원)를 기록해 2035억달러(약 222조5272억원)인 MS 시총을 제쳤다. IBM 시총은 종가 기준으로는 MS에 2000만달러 밀렸으나, 마감 후 전자거래에서 주가가 1%가량 상승하며 다시 MS 시총을 따돌렸다.
MS 시총은 1999년 말 IBM 시총의 세 배 이상을 웃돌았다. 당시 빌 게이츠 MS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그 누구도 ‘윈도’ 중심의 PC 체제가 무너질 것으로 보지 않았다. MS는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윈도 운용체계(OS)의 경쟁자가 나타나고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인터넷 공간을 장악하며 성장 동력이 줄었다. 또 애플 아이폰과 아이팟에 밀리며 지난해에는 애플에 IT기업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MS 경쟁력이 약화되는 동안, IBM은 주력 사업인 PC사업을 중국 레노보에 매각하고 비즈니스용 서버와 IT솔루션, 컨설팅을 함께 제공하는 종합 IT서비스 업체로 변신했다.
IBM에 OS를 납품하던 MS는 1990년대 PC시장이 크개 열리면서 급성장했다. IBM은 중대형 메인프레임 컴퓨터에 집중하며 점차 시장 변화에 뒤처졌다. 그러던중 2003년 취임한 샘 팔미시노 IBM CEO는 회사 미래를 완전히 바꿔놨다. 2005년 PC 부문을 통째로 중국 레노보에 매각한 IBM은 하드웨어 사업 대신 미래 지향적 사업에 집중했다. 컴퓨터 통신기술과 네트워크를 결합해 기업의 문제와 함께 의료·교통과 같은 글로벌 문제의 해법을 내놨다. 매년 수천 건의 특허를 확보하며 지식 기반형 조직으로 거듭난 IBM은 경영 노하우를 활용해 비즈니스 컨설팅사업에도 진출했다.
개혁을 거듭하며 지난해는 46.1%라는 매출이익률을 기록했다. 팔미시노 CEO 취임 후 IBM 주가는 네 배 이상 올랐다. 반면에 MS는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의 매출이 MS 전체 순이익 중 4.3% 밖에 안 되는 등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순이익 중 90% 이상을 윈도와 MS오피스 프로그램에 의존한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