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에서 단골로 거론되는 정부 기관이 있다. 중소기업 정책을 기획하고 시행하는 중소기업청이다.
총선과 대선 등 굵직한 선거를 앞둔 즈음에는 정치인 사이에서 어김없이 중기청 조직을 둘러싼 문제를 도마 위에 올린다. MB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이중 빠지지 않는 메뉴중 하나는 외청급인 이 기관을 부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일부 의원들은 중기청을 장관급 독립 부서로 개편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소기업 정책 관련 기관들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중기청 부 승격은 말만 무성했다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총선을 1년여 남겨둔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된다.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지식경제위원회와 벤처기업 대표간 간담회에서 “중기청의 부 승격은 여야 의원들 간의 이견이 없는 사안”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정작 김 위원장의 말을 전해들은 의원실에서는 “아직 의원 간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고, 개인적 의견을 밝힌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김 위원장의 언급이 자칫 확대 해석될 것을 무척이나 경계하는 모양새다. 이 때문인지 김 위원장 발언 후 한 달여가 지났지만, 후속 움직임은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사실 부로 승격되면 가장 좋아할 곳은 당사자인 중기청이다. 외청 탓에 독립적으로 법안을 제출할 수 없고, 지경부 그늘에 가려진 기관이다보니 정치인의 이런 발언은 반가울 수도 있다. 하지만 중기청 공무원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한마디로 실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부로 승격되기에는 정책의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선거철만 되면 뻔한 레퍼토리를 들고 나온다. 중소기업인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중요한 것은 현실성이다. 수차례 검토를 거쳐 타당성이 적은 사안에 대해서는 입에 담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기업인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듣고 그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신선미 전국취재팀 차장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