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어실에 들어가자 냉장고처럼 생긴 수 백대의 성장로가 눈 아래 펼쳐졌다. 각 성장로에선 발광다이오드(LED) 원천 소재인 사파이어 잉곳이 한창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동행한 직원의 설명이 없었다면 모를 뻔 했다. 공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소음은 커녕 직원들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 자동 라인이라 직원들이 상주할 필요가 없다”면서 “정해진 시간에 들어와 필요한 작업들만 하면 된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찾아간 사파이어테크놀로지 화성 제2공장은 뜻밖이었다. 미국 루비콘, 러시아 모노크리스탈과 함께 세계 3대 사파이어 잉곳 업체의 생산 라인치곤 너무 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독자적으로 개발해낸 자동화 라인은 급속한 성장을 가능케 한 핵심 경쟁력입니다.” 이 회사 이희춘 사장의 설명이다.
사파이어테크놀로지는 LED 시장 공급망에서 최후방에 위치한 기업이다. TV와 조명 등에 사용되는 LED 칩을 만드는데 필요한 원재료, 즉 사파이어 잉곳을 제조·공급하고 있다. 잉곳 업체는 세계적으로 여러 곳이 있지만 이 회사 제품은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났다.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대만 등 세계에서 줄을 서서 사가려는 이유다.
세계 최초로 사각형 잉곳을 만드는 ‘수직수평온도구배법’ 기술과 생산 자동화 라인으로 경쟁사보다 수율이 두 배 가량 높다고 자평한다. 원가 경쟁력이 앞설 수밖에 없는 비결이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756억원과 순이익 404억원이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거뒀다. 경쟁사인 루비콘(2010년 매출 7736만달러, 순익 2910만달러)과 견줘도 손색없다.
이 사장은 “작년은 아주 특별했던 상황이었다”며 “올 1분기 실적도 좋았으나 최근 수급이 균형을 이루는 상황이라 연간 단위로 보면 지난해처럼 호황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후발주자들이 의미있는 잉곳을 내놔서라기 보다는 조명 등 LED를 활용한 최종 제품이 생각만큼 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귀띔이다.
기술력이 앞선 배경엔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인 그는 이미 오래전 사파이어 제조 기술에 몰두, 지난 2000년 2인치 사파이어를 만들면서 창업했다. 수 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최고 품질의 잉곳을 완성할 수 있었고 LED 산업 폭발로 급부상했다. 이 사장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이 마침 때를 잘 만나 기회를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파이어테크놀로지는 최근 외부 도전을 받고 있다. 잉곳의 부가가치를 인식한 대기업들이 속속 발을 담그기 시작해 더 심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 사장은 대기업들의 진출에 대해 “상당한 걱정이 된다”면서도 “원가절감을 통해 정면 승부하겠다”고 자신했다.
사파이어테크는 올해 양산 능력 확대보다는 적기 공급에 집중할 방침이다. 지난해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증설이 중요한 이슈였지만 올해는 시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사장은 “증설은 언제든 지 할 수 있다”며 “삼성·LG 등 고객사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며 확고한 세계 1등 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고 싶다”고 말했다.
화성(경기도)=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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