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25일 통신요금 인하안에 대해 “최대한 빨리 발표하려고 노력하겠지만 다음 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하 내용이 미흡하다는 한나라당과 업계 현실을 모르는 일방적 압력이라는 통신사업자 사이에 낀 방통위의 조율 작업이 만만찮음을 짐작케 한다.
최근의 통신요금 인하 논란은 그 결론과 상관없이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통신정책 당국의 존재감 상실이 문제다.
여당이 거부한 인하안은 방통위 단독으로 만든 게 아니다.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참여한 통신비인하태스크포스(TF)가 두 달 넘게 작업한 결과물이다. 물가당국과 기업의 부당경쟁을 감시하는 당국이 참여했으니 방통위가 일방적으로 통신사업자 편을 들 수 없는 구조다.
방통위는 옛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통신사업자와 ‘불가근불가원’ 원칙을 잘 지켰다는 자부심으로 사는 조직이다. 방통위로선 통신정책 결정에 다른 경제부처가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데, 협의한 것까지 여당의 무시를 당했으니 이런 망신도 없다.
방통위는 출범 이후 줄곧 ‘통신정책이 없는 방송위’라는 조롱을 받았다. 종합편성채널과 같은 방송정책에 치우쳐 통신 정책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다. 방통위는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실제 오해도 있다. 하지만 이젠 이런 반박도 할 자격이 없게 됐다.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가 작용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방통위가 어찌 통신사업자에게 차세대 투자니 공정 경쟁이니, IT 생태계 조성이니 하는 정책적 요구를 할 수 있겠는가.
새 조정안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통신정책의 공백이 장기화할 것이며 그 후유증은 사업자보다 소비자와 후방산업계를 겨냥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를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