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랜’으로 불리는 와이파이망 구축을 놓고 통신 3사의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와이파이가 무선 데이터 트래픽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와이파이 주도권을 놓고 각기 다른 셈법으로 시장 전략을 구사해 향후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는 무선시장의 주도권을 와이파이로 뺏기 위해 투자에 가속도를 붙이는 등 맹공을 퍼붓고 있다. SKT는 KT에 와이파이 주도권을 놓치면서 잠시 주춤하다가 예상 외로 무선 데이터량이 폭증하자 방향을 적극 선회해 수성에서 공격 모드로 전환했다.
두 회사에 비해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는 개방을 앞세운 포용 전략으로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등 와이파이를 통한 유무선 영토 확장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이들 사업자는 겉으로는 포화 수준에 달한 무선데이터 트래픽을 해소하기 위해 와이파이망 투자에 나서고는 있지만 물밑에서는 이를 무기로 통신시장의 새 판을 짜겠다는 것이어서 그 결과에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와이파이존을 가진 KT는 스마트폰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이를 시장 주도권 확보의 호기로 보고 올해 두 배 가까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먼저 반경 30~40m 정도 서비스가 가능한 접속 장치인 AP를 12만대에서 20만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AP 수십대를 설치해 아예 특정 지역을 와이파이존으로 구축하는 ‘와이파이 국소’도 지난해 말 5만8000개에서 올해 10만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8월까지 전국 지하철에 모두 AP를 설치하고 연내 수도권 전 노선버스를 와이파이 존으로 바꿀 계획이다.
KT 측은 “망 확대와 함께 와이파이존에서 다른 존으로 넘어갈 때 서비스가 가능한 릴레이 서비스 등 독자적인 부가서비스로 ‘와이파이=KT’라는 인식을 심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자사 가입자로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한한 SKT도 전략을 180도 선회했다. 수세에서 공격 모드로 전환하고 와이파이망에 투자해 서비스 지역을 크게 확대한다. 불과 한 달 전까지 SKT는 KT의 공격 모드에 무대응으로 일관했으며 최근 데이터양이 폭증하면서 개방에서 폐쇄 전략으로 노선을 바꾼 것이다. SKT는 지난해 말까지 구축한 3만8000개 와이파이 국소를 올해 6만2000개까지 두 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SKT 측은 “AP 수로 따지면 5만개에서 9만개 수준으로 늘어나 수도권과 광역시 등 대부분의 핵심 지역은 모두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SKT는 다른 사업자 가입자도 간단한 인증 절차만 거치면 ‘T와이파이존’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던 데서 오는 7월부터는 SKT 고객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SKT 측은 데이터 트래픽 문제로 서비스를 제한했지만 기존 고객은 더 나은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T와 KT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LG유플러스도 와이파이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LG는 망 투자와 함께 개방 전략으로 적극적인 가입자 구애에 나섰다. LG유플러스는 와이파이 AP 수를 2만개에서 올해 5만개까지 150%가량 확대한다. 이어 내년에도 8만개까지 추가 투자에 나선다. 또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와이파이망을 구축하는 협력 사업도 크게 늘려 나가기로 했다.
LG는 다른 사업자와 달리 ‘유플러스존’을 개방한 상태다. 이에 따라 3개 사업자 가운데 유일하게 다른 서비스 가입자도 유플러스 인터넷에 가입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갑수 유플러스존 팀장은 “가정에 구축한 AP까지 포함하면 AP 수로만 60만개까지 확보한 상황”이라며 “무료 와이파이를 찾는 소비자에게 LG유플러스가 유일한 통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정을 포함해 저인망식으로 와이파이 존을 늘려 나가겠다며 공격적인 투자를 시사했다.
<표> 3개 사업자 와이파이 구축 계획(AP기준, 단위 대)
<용어설명>와이파이= 하이파이(Hi-Fi, High Fidelity)에 무선을 접목한 무선 인터넷 기술이다. 흔히 ‘무선 랜’으로 부른다. 2.4㎓의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며 접속 장치(AP)를 설치해 다수의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연결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초당 11Mbps 속도를 제공하며 서비스 지역은 기술적으로 최대 500m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