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어제 기업소모성자재(MRO) 사업을 확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계열사와 1차 협력사로만 사업 범위를 유지해 2차 협력업체와 정부·공공기관 등 중소 MRO 기업의 텃밭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진즉 이랬어야 했다. ‘삼성·LG라서’ 사무실에서 쓰는 문구류 같은 MRO를 팔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소상공인들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대기업의 시장침탈을 비판하고 나선 이유였다.
“그룹 내 원가절감을 위해 MRO 계열사를 만들었다”는 몇몇 대기업의 설명도 궁색했다. 되레 “원가절감이 목표라면 2차 협력업체와 공공기관으로까지 사업을 넓힐 이유가 없다”는 소상공인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사실 밑 도급을 받는 협력업체가 대기업 계열 MRO업체의 거래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점에 비춰 1, 2차 협력관계를 나누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나 “더 확장하지 않겠다”고 하니 일단 환영한다.
아이마켓코리아(삼성), 서브원(LG), 엔투비(포스코), 코리아이플랫폼(코오롱) 등 상위 MRO 4사는 그룹 내 계열사의 지원에 힘입어 매년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 네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약 7조원으로 23조원대인 국내 MRO 시장의 30.4%를 점유했다. 이들이 사업 확장에 탄력을 붙인다면 수년 안에 MRO 시장을 과점할 것으로 보였다. 그만큼 중소 MRO 기업의 입지가 사라졌다.
MRO 소상공인들은 한숨을 돌렸으되 걱정을 완전히 떨어내지 못했다. 아직 포스코와 코오롱이 움직이지 않는 데다 이미 ‘MRO 계열사가 없는 대기업의 수요’를 크게 빼앗긴 상태여서다. 졸아든 시장을 두고 고만고만한 중소기업이 다투어야 할 처지다. 삼성·LG가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잘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