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0년 지난 성과 `티내기`

 기술보증기금이 최근 ‘기보 베스트 석세스 상’ 수상업체로 H사를 선정했다. 올해 처음 제정한 상으로 한국거래소 상장사 가운데 국민경제 기여도가 큰 대한민국 대표기업 1곳을 정했다고 기보는 설명했다.

 예정에 없던 포상 소식을 들은 기자는 ‘이 상을 굳이 만들 필요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H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보 보증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1995년 정도에 (보증을) 졸업했을 것이다. 1990년부터 4~5년 가량 이용했다”고 추정했다. 기보 확인결과 2001년까지는 기관 보증을 이용했다. 기보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겠지만, 냉정히 따지면 10년 정도 기보와는 특별한 관계가 없던 회사다. 그런 회사를 ‘한국 대표기업으로 성장했다’며 뒤늦게 불러 포상한 것이다.

 몇가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보는 내년에 포상을 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관 담당자는 “내년에 다시 할지는 내년에 검토를 해야 한다”면서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관 설립 20여년만에 한곳만 선정하고 사라질 수도 있는 상인 셈이다. 기보는 1989년 설립됐다.

 중소기업이 정부기관으로부터 상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나 영광이다. 모든 중소기업이 갈망한다. 하지만 기보가 밝혔듯이 한국 대표기업으로 이미 성장한 곳을 졸업한지 15년이나 지나서 기관 지원 혜택을 누렸다고 불러 포상하는 것은 행정낭비라는 생각이다. 기보는 이번 선정 작업을 위해 수개월 전부터 포상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심사 작업을 진행해 왔다. 23일에는 기보 서울사무소에서 기관 이사장과 회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까지 열었다. 일련의 작업과 소요되는 비용을 성공 기업들이 보증을 어떻게 잘 활용했는지를 연구해 이용고객사인 기업들에게 제공한다면 더 값졌을 듯 싶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