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인 블랭크마스크를 세계 시장에 80%를 독점공급하는 호야는 야마나시현 나가사카 공장에서 제품을 전량 생산 중이다. 이 회사는 일본 국내 생산이라는 원칙을 처음으로 깨고 해외 생산을 결정했다. 현재 부지 선정에 착수한 상태로 2012년 말부터 생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일본의 고부가가치 부품 소재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해외 밖으로 옮긴다. 그동안 다수의 일본 부품 소재 업체들은 기술 유출 방지와 생산 효율 향상을 이유로 해외 생산을 꺼렸다. 대지진으로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받은 피해가 일본 경제를 뒤흔든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6일 니혼게이자이는 호야와 르네사스, 리코 등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일본 부품 소재 업체들이 생산 거점을 해외로 분산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호야는 블랭크마스크 이외에 세계 시장 30% 정도를 차지하는 카메라용 비구면 렌즈의 해외 생산도 검토 중이다.
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MCU) 시장의 강자인 르네사스는 공장마다 회로 설계 방법이 달라 하나의 생산 시설에서 한 종류 MCU만 제작 가능했다. 르네사스는 회로 설계 통합 작업을 거친 후 오는 7월부터 한 공장에서 여러 가지 MCU를 생산, 지진처럼 재해가 일어나도 제품 공급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 방침이다. 이 회사는 또 미국과 대만 파운드리에서 공급받는 위탁 생산량도 늘릴 예정이다.
리코는 컬러 복합기용 신형 토너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생산을 검토 중이다. 신형 토너는 일본 업체들이 80%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다. 코니카미놀타도 현재 신형 토너를 전량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 배경에는 고객의 강력한 요구도 숨어 있다. 주요 전자와 자동차 업체들은 위험 분산을 위해 부품 소재 공급 구조의 피라미드식 재편을 꾀했지만 원천기술이 소수 일본 업체에 집중돼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대지진 발생 후 해외 고객의 부품 소재 공급 다변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호야 측은 “인텔 등 주요 고객들이 하나의 생산 거점에 의존하는 현실에 의구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며 “기술 유출 위험이 높고 제조비용도 올라가겠지만 다수의 생산 거점을 마련해 고객의 불안을 없애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