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 "통신요금은 부담이 되는 계층에게 낮춰줘야"

 “KT는 재벌이 아니다. 몸집 불리는 경영은 하지 않겠다.”

 이석채 KT 회장이 기존 재벌과는 다른 그룹 경영으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리더가 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서는 “한쪽에서는 싸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비싸다고 야단”이라는 말로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지적하고 “통신요금은 부담되는 계층에게 낮춰주는 방향이 맞다”고 말해 현재와 같은 통신요금 인하 논쟁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연말 임기 만료 이후 연임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좋겠나”라고 반문, 여운을 남겼다.

 ◇“문어발 그룹 경영은 하지 않아”=이 회장은 26일 그룹 경영 본격화를 발표하면서 기존 재벌의 문어발식 그룹 경영과는 선을 그었다.

 그는 “KT 그룹 광고물량만 2000억원에 달한다. 재벌이라면 이를 내재화하고 싶겠지만 KT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라며 “융합시대 ICT 리더가 되기 위해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과거 KT 계열사는 KT의 일부 사업을 넘겨받아 모회사에 매달려 있는 형국이었지만 카드·렌털사업처럼 앞으로는 KT와 계열사가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겠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계열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우수인재를 영입하고 자율경영을 지원하는 등 재벌과는 다른 거버넌스와 기업모델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신도 유한자원”=통신요금 인하 논란에 대해서는 먼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이 회장은 주장했다. 그는 “네트워크도 수도, 전력과 마찬가지로 유한자원”이라며 “우리 사회가 이 같은 인식을 기반으로 공동 대처하는 것에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기업이 물고기라면 국민은 물이다. 물이 물고기를 배격하면 살 수 없다”며 “통신업체가 단순한 서비스를 넘어 새로운 산업에 투자해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케이블업계의 반대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IPTV·위성방송 결합상품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 얘기가 나오자 현 사회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한쪽(OTS)은 싸다고 야단, 한쪽(통신비)은 비싸다고 야단”이라며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표현명 개인고객부문 사장 역시 “스마트시대에 접어들면서 일반적인 통신망 확장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투자가 요구된다”며 “통신사는 주도적, 창의적, 독자적으로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며 투자를 막는 요금인하 방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KT는 일괄적인 통신요금 인하보다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요금인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 회장은 “통신요금이 부담이 되는 계층에게 (요금을) 낮추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현명 사장도 “청소년, 실버계층은 물론이고 서민을 위한 요금상품에 대해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무제한데이터 요금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글로벌 기업이 목표=이 회장은 2009년 취임 이후 줄곧 밝혀왔던 대로 글로벌 기업을 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회장은 “원래 통신기업은 내수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실제로 해외에서 통신서비스를 펼치기는 쉽지 않다”라면서도 “기업용 통신 솔루션, 클라우드 서비스, 네트워크 관리·운영 등은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KT는 곧 일본 통신사업자에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며 아프리카 지역 통신사업자를 통한 글로벌매니지먼트서비스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유럽 현지 2개 기업과 유클라우드 스토리지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교환했다.

 이 회장은 “세계 최고의 유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스마트 비즈니스를 펼칠 것”이라며 “내수가 아닌 수출 길을 열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