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44>나의 아스카는 그러지 않아!

[인터넷 이디엄]<44>나의 아스카는 그러지 않아!

 특정 대상에 깊이 빠진 오덕후들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알려진 표현.

 최근엔 자신이 사랑하고 믿는 대상에 대해선 어떤 성찰도 없이 항상 무조건 긍적적으로만 생각하는 태도를 표현하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보통 말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대상을 넣어 ‘나의 ○○○은 그러지 않아!’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이 표현은 인터넷 아마추어 웹툰 사이트에 올라온 웹툰에서 유래했다. 이 만화에서 중학생인 주인공은 새로 짝이 된 외톨이 오덕후 친구와 친해지기 위해 그가 보던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 화보에 관심을 표시한다.

 친구는 주인공과 등장 로봇 등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남녀 주인공 신지와 아스카가 결혼 예복을 입은 그림을 보고 주인공이 “얘네들 결혼하나 보네”라고 무심코 말하자, 친구는 화를 내며 “그 말 취소해! 나의 아스카는 그러지 않아!”라며 주인공의 멱살을 잡는다.

 반 친구들은 둘을 말리며 “무슨 심한 말을 했기에 순하던 녀석이 저렇게 화를 내냐”며 수군거린다.

 이 표현에 대해선 ‘오덕후의 본질을 꿰뚫는 심오한 대사’라는 평가도 있다. 반면 오덕후들은 으레 현실과 환상을 구분 못 하고 2차원 미소녀와만 사랑에 빠진다는 일반인들의 편견을 담은 표현이란 반박도 있다.

 최근엔 자신이 사랑하거나 지지하는 대상, 혹은 신념에 불리한 현실이나 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반복하는 사람들에 대해 쓰이기도 한다. 미군이 왜관 기지에 고엽제를 묻었다는 기사 밑에는 “보수 할배들은 그래도 ‘나의 미국은 그러지 않아’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댓글이 달린다.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끝까지 ‘우리 정부가 식량 지원을 안 해줘 생긴 일’이라거나 북한이 한 짓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글 밑에는 ‘나의 수령님은 그러지 않아!’라는 댓글이 달리곤 한다.

 

 * 생활 속 한마디

 A:국민배우 독고진이 국민 비호감 구애정과 사귄대요~ 구애정만 보면 심장이 뛴다는데.

 B:그 말 취소해, 나의 독고진은 그러지 않아!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