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CEO의 리더십 위기론이 언론을 달구고 있다. 최근 15년 만에 IBM에게 시가총액을 추월당하고 야심차게 인수한 스카이프는 인수가격 적정성 논란이 터졌다. 게다가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공개적으로 ‘MS를 위해 용퇴하라’고 그를 공격했다. 급기야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섣부르게도 스티브 발머 CEO를 대신해 MS를 끌고 나갈만한 사람들을 추천하기에 이르렀다. 단, ‘웃거나 말거나’다.
가장 먼저 나온 사람은 게이츠 재단의 제프 라익스 CEO다. 그는 10여년간 MS에 재직하면서 오피스와 소프트웨어를 총괄하는 비즈니스 부문 책임을 맡았다. 당시 MS의 영광은 대단했다. 그의 단점은 ‘신선한 피’가 아니라는 점. 지금의 스티브 발머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평이다.
노키아 CEO인 스테판 엘롭도 리스트에 있다. MS가 지금의 슬럼프를 딛기 위해서는 ‘모바일’ 부문의 도약이 절실하다. 그가 노키아에서 쌓은 경험은 MS와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문제는 그는 MS 출신인데다 떠난 지 얼마 안됐다.
마크 허드 전 HP CEO는 HP가 피오리나 CEO 체제 하에서 최악의 실적으로 허덕일 때 턴어라운드 국면을 맞게 해준 ‘구세주’였다. 그는 PC와 기업 비즈니스에 능통하다. 게다가 HP는 MS의 오랜 사업 파트너다. 하지만 그는 현재 오라클 CEO인데다 성희롱 의혹과 관련해 어떤 해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존 톰슨 시만텍 회장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시만텍 사업을 일궜다. 주주들이 800% 이상 배당금을 받을 정도로 회사를 키웠다. 지난해에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뽑은 ‘올해의 경영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IBM에서 28년간 재직한 경험도 있다. 다만 시만텍은 MS보다 제품군이나 비즈니스 분야가 단순한데다 그는 올해 62살이다.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앤디 로빈 구글 부사장도 이름을 올렸다. MS와 앤디 로빈 부사장은 ‘엇갈린 운명’이다. 로빈 부사장은 2008년 ‘데인저(Danger)’라는 모바일 회사를 설립했는데, 그가 이 회사를 떠난 직후 MS가 데인저를 사들였기 때문. 로빈 부사장은 모바일 부문에서 손꼽히는 성공한 사업가다. 하지만 그가 MS의 주력사업인 기업형 비즈니스 부문에 경험이 없다는 것은 아쉽다.
마크 주커버그 영입은 어떨까? 그는 똑똑하고 어린데다 빌게이츠의 젊은 시절과 흡사하다. 하지만 그가 MS CEO가 되는 것보다 MS 시장 점유율이 점점 낮아져 페이스북이 MS를 인수하는 편이 더 빠를 것이다. 19살에 냅스터를 창업한 숀 파커라면? MS가 신선한 생각을 갖고 싶다면 연락해도 된다. 하지만 그는 ‘파티광’이라 출근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