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자 강화, 인도 IT 기업 유탄 맞았다

 미국 정부의 취업 비자 강화 정책이 인도 IT기업에 유탄이 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취업비자인 H1B 비자의 취득 요건을 더욱 까다롭게 설정했고, 직원의 50% 이상이 외국인인 기업에 대해서는 비자 발급 비용을 320달러에서 2000달러로 6배 이상 올렸다.

 연간 H1B 비자 발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인도 IT기업에 이 같은 정책이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뀐 비자 정책에 따르면 미국 주요기업의 IT 아웃소싱을 담당하고 있는 인포시스, 위프로, 타타컨설턴시서비스 등이 비자발급 비용에 치러야 하는 돈만 2억달러(약 2000억원)로 추산된다. 여기에 연간 6만5000명으로 제한된 비자발급 대상 인원도 실리콘 밸리의 20~30%를 차지하는 인도IT 인력을 수용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인도 2위의 소프트웨어 기업인 인포시스가 단기 방문비자인 B1비자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혐의로 텍사스 법원으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비자 정책에 대한 인도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는 분위기다. 인포시스는 2008년 8월부터 미국에 근무하는 인도 직원 일부에게 취업비자인 H1B비자가 아닌 B1비자를 발급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포시스 측은 법원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미국에 있는 인도 IT아웃소싱 기업의 직원들이 H1B 비자를 발급받는 것이 매우 까다롭고 거절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바뀐 비자 정책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다른 인도 IT기업들은 인포시스 사건의 향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인도 SW기업인 나스콤의 솜 미탈 대표는 인포시스 문제를 직접 언급하기는 꺼리면서도 “비자 문제는 매우 큰 이슈”라며 “나스콤은 미국 정부와 비자에 다양한 카테고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신중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자 정책이 매출의 60%이상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인도 IT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컨설팅 기업인 TPI의 산다 페이 담당은 “2, 3년 안에 주요 인도 IT기업들이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일부는 성장을 위해 진정한 글로벌화를 도모할 것이고, 일부는 이윤 보호에 특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