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방송에 쓰던 주파수 700㎒ 대역(폭 108㎒; 698~806㎒)을 통신 등에 함께 쓰려는 방송통신위원회 정책이 2년 6개월여째 헛돌았다. 2008년 12월 22일 아날로그 TV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대비한 ‘디지털TV 채널배치 계획’에 따라 700㎒ 대역을 비우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쓰임새를 정하지 못했다. 방통위가 그날 700㎒ 대역을 차세대 이동통신에 쓰기로 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세계전파회의(WRC-07)의 결정내용을 ‘대한민국 주파수 분배표 및 무선 설비 규칙 고시’에 반영했을 정도로 바삐 움직였던 것을 감안하면 늦어도 너무 늦었다.
정책 당국의 신중한 자세를 나무랄 일은 아니나 우유부단하면 곤란하다. 당장 “무선 인터넷(데이터) 이용량이 폭증해 새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아우성인 이동통신업계가 갈피를 잡지 못한다. 700㎒ 대역 이용면허 획득 경쟁에 나서야 할지에 따라 당면한 다른 주파수 대역의 경매참여전략이 달라질 텐데 지금은 그저 뒤죽박죽이다. 방송사업자도 700㎒ 대역을 다시 획득해야 할지, 주파수를 내주는 대신 다른 것을 얻어야 할지 혼란하다.
더 급한 것은 방송사업자 쪽인 모양이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내일 프레스센터에서 ‘700㎒ 대역 주파수 이용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찾는 토론회를 연다. 방통위의 주파수 정책 실무 책임자도 토론자로 나서나 방송계 의견을 수렴하는 정도에 머물 전망이다.
방통위는 주파수 배치 정책을 짜면서 ‘국제적 조화’에 신경을 썼다. 세계 모든 시민이 더욱 편리하게 전파(주파수)를 이용하게 하려는 국제 관례 때문이다. 방통위가 애초에 700㎒ 대역의 새 이용계획을 ‘3세대(G) 이상 통신’ 쪽으로 기울여 둔 이유였다. 이제 공전을 멈출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