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선전력(충전), 시장이 열린다
(중)무선전력, 총성 없는 전쟁 중
(하)우리의 과제는
지난 5월 16일 도쿄 NTT도코모 발표회장. 여름을 겨냥해 20여종의 신형 휴대폰이 공개된 이날 행사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제품 하나가 등장했다. 충전기를 꽂지 않고 사각형 모양의 전자패드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배터리가 채워지는 샤프의 스마트폰이었다.
NTT도코모는 “세계 최초로 무접점충전 방식을 구현한 제품을 오는 7월 출시하겠다"며 “2~3년 내 모든 휴대폰에도 무선충전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선 없이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태블릿PC) 등을 충전할 수 있는 `무선(無線)충전’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전력을 무선으로 전송하는 꿈같은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시장 형성의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무선충전, 즉 선 없이 전력을 전송하기 위한 시도가 새로운 건 아니다. 19세기 물리학자, 니콜라 테슬라는 대형 안테나를 통해 전기를 무선으로 전달하는 실험을 한 바 있다. 또 1975년 미 항공우주국(NASA)은 모하비 사막에서 대형 장비를 이용해 1.4㎞ 거리에 30㎾의 전력을 전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기초 원리나 실험에 목적을 둔 것이었다면 최근 산업계의 움직임은 전혀 다르다.
노키아, 필립스, 산요, 풀톤, 하이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무선전력협회(WPC)를 만들어 관련 기술을 표준화하면서 이제는 휴대폰에도 접목하는 수준까지 끌어 올리고 있다. 휴대폰은 매년 전세계 수억대가 판매되는 가장 글로벌한 전자제품으로 그 만큼 무선충전 기술이 대중화의 목전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전기연구원 박영진 박사는 “휴대폰을 중심으로 상용 제품이 출시되면서 올해가 무선전력전송 기술 상용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샤프의 스마트폰은 거대한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예다. WPC에는 이미 80여개 기업들이 몸담고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텔, 퀄컴 등도 무선충전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메노 트레퍼스 WPC 회장은 "미래에는 어댑터나 충전 단자가 없어도 집이나 사무실, 호텔, 기차, 비행기 등 어느 곳에서나 충전이 가능해진다”며 “휴대폰 뿐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 노트북, TV 등 응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선충전 시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 궤도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휴대폰을 중심으로 대중화하는 단계를 거쳐 가전·자동차 등으로 응용범위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임승옥 전자부품연구원 무선에너지기술사업기획단장은 "앞으로는 위성을 통해 수천 ㎞ 떨어진 곳까지 자유자재로 전력을 송신하는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위성을 통해 태양열 발전이 가능하게 되는 등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인 아이서플라이는 오는 2014년 세계 무선충전 시장 규모가 연간 4억대, 금액으로는 연 1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180억 달러는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20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휴대폰·디지털 카메라·MP3플레이어 등 모바일 디바이스만으로도 이 같은 거대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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