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스마트 디바이스의 원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스마트TV 등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가 많은 주목을 받는다. 2009년 말 80만명에 불과했던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지난 3월 1000만명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국내외 대형 가전업체나 콘텐츠 플랫폼으로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는 애플이나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스마트TV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사활을 걸고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3년 정도가 되면 전체 TV 시장에서 스마트TV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3%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스마트 디바이스는 IPTV나 웹(Web)TV 등 인터넷 기반의 디바이스가 진화한 형태로 웹이나 운용체계(OS)·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관련 콘텐츠 등을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설치하고 실행하며 공유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휴대폰이나 TV에 탑재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안드로이드와 같은 OS나 플랫폼, 기존 컴퓨터급의 CPU와 메모리 기능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 봤을 때 ‘스마트’한 디바이스가 가져다줄 미디어 환경의 진화에 대한 여백은 크다. 사용자 입장에서 ‘스마트’하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단순히 고정형 인터넷 기반의 퍼포먼스가 휴대용 단말기에서 구현되고 각종 애플리케이션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이 TV와 같은 기존 미디어에 탑재되는 것이 ‘스마트’한 것인가? 그저 미디어 분화에 의한 하드웨어 기능의 집적에 불과하지 않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기존에 나와 있는 제품들 중에도 ‘스마트’한 제품은 많다.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 냉장고나 에어컨, 관심 분야의 키워드를 미리 입력해두면 알아서 녹화해주는 DVD, 조명 상태에 맞게 화면 밝기를 조정해주는 TV 등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제품군이 그것들이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구입 당시 호기심에 의한 몇 번의 조작과 사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품 본연의 기능을 사용하게 된다. 호기심이 다하면 그저 냉장고는 냉장고, 에어컨은 에어컨, DVD는 DVD인 것이다.
스마트 디바이스가 ‘스마트’하게 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꾸준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사용자가 사용하기 편하고 쉬워야 진정한 스마트 디바이스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 TV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기 위해서 일일이 리모컨을 복잡하게 조작해야 한다면 사용자들의 호기심과 인내심은 복잡한 만큼 금세 소멸되고 말 것이다. 네트워크 서비스 및 컴퓨터와의 연계,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사용자들이 친숙한 디바이스를 통한 정보 공유 기능 등을 탑재해 사용자들이 쉽고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샤프는 전자서적 리더인 ‘갈라파고스’를 통해 즐기고 있던 동영상이나 인터넷으로 검색한 콘텐츠를 스마트TV로 전송해서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용 모델을 발표했다. 파나소닉도 사용자들이 보다 손쉽게 스마트 디바이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입력 인터페이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자사가 개발한 안드로이드 기반의 ‘비에라 태블릿’을 이용해서 스마트TV의 비주얼 리모컨으로 사용하거나 TV를 시청하면서 SNS에 액세스하고 프로그램과 관련 있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내에 발매할 계획이다.
스마트 디바이스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사용하기 편하고 쉽도록 사용자 중심의 스마트 디바이스 환경을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할 것이다.
백승혁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연구팀 선임연구원 albert.baek@kocc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