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안, 3위사업자-MVNO 변수로 진통…기본료 1000원 인하시 LGU+ 적자반전 가능성

 정부 통신요금 인하안 발표가 임박했지만 후발사업자 보호 문제에 이어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MVNO) 활성화도 변수로 떠오르며 마지막까지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적 선전효과에 급급해 무원칙한 통신비 인하를 단행하면 현 3자 구도의 통신시장 기반이 흔들리고, 애써 마련해놓은 MVNO 활성화 정책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가 통신비 인하를 정치 쟁점화한 가운데 내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산업과 시장보다는 정치적 이해득실이 우선시돼 그동안 성장동력의 한 축을 담당해온 정보통신 부문의 투자가 위축될 것이란 지적이 높아가고 있다.

 30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통신비 인하안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방통위는 여당이 요구한 기본료·가입비 인하를 놓고 최종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각 통신비 인하 변수에 따른 체감 효과와 산업파급 효과 등에 대한 실무진 차원의 분석 작업이 완료된 가운데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비롯한 정부 최고위층의 의사결정만 남은 상태다.

 방통위는 지난 23일 여당과의 당정협의에서 불거진 것처럼 기존 인하안에 기본료·가입비 인하를 추가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있어 쉽사리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가입자당 기본요금을 일괄적으로 인하하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제쳐두더라도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본요금을 1인당 1000원씩만 낮추더라도 LG유플러스는 1년간 매출 1000억여원이 사라진다. 가입비 역시 현 3만원에서 1만원 정도 내리면 지난해 가입비 수익 800억원의 30%가 줄어든다. 이미 LG유플러스의 무선사업 매출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올 1분기까지 세 분기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적자에서 올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LG유플러스로서는 다시 적자반전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추후 LG유플러스가 선발사업자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가격경쟁에 나설 것을 감안하면 불균형 구조 속의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무리한 통신비 인하안이 상위사업자의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 의지를 꺾는 것은 물론이고 후위사업자의 경쟁력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뿐만 아니라 MVNO 활성화 정책이 실패할 수 있다는 점도 위험요인이다. 방통위는 인위적인 요금인하의 폐해를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장경쟁 촉진을 통한 요금인하를 유도했고, 그 중심이 MVNO 활성화다. 기존 이통사업자보다 20%가량 저렴한 요금을 갖춘 MVNO를 육성하겠다는 것이 방통위의 전략이다.

 하지만 정부의 통신비 인하에 따라 기존 사업자의 통화료는 물론이고 기본요금까지 모두 인하될 경우 올 하반기 상용화 예정인 MVNO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MVNO업계는 현 상황에서도 수익성을 갖추기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어 사실상 방통위가 누누이 강조해온 20% 저렴한 MVNO 서비스는 탄생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MVNO 관계자는 “요금 인하안에 따라 요금체계를 재설계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며 “일단 정부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