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기초과학에 찾아온 기회

 기초과학이란 공학이나 응용과학 따위의 밑바탕이 되는 기초 원리와 이론이다. 과학과 기술 발전의 기초가 되는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이 대표적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가 본 궤도에 오른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과학벨트의 본질은 기초과학에 있다. 선진국에 뒤처진 기초과학을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의지의 결과물이다.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이 과학벨트의 두 축이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자주 거론되는 노벨과학상은 유행보다 호기심으로 시작해 상당 기간에 걸쳐 탐구한 기초과학의 결과로 얻는 경우가 많다. 그 동안 국내에선 과학자들에게 이런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제한된 연구비, 잦은 평가, 산업화의 기대, 논문 수, 실패 불인정 등 자유로운 정신과 호기심을 권장하는 분위기와 거리가 멀었다. 질보다 양이 먼저였다.

 과학자 사이에서 기초과학연구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 같은 연구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연구원의 기획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런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연구업적과 연구능력을 바탕으로 한 연구단장 선정, 장기간 충분한 연구비의 투자, 간섭을 배제한 연구단 운영, 연구 몰입 환경의 조성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제대로만 된다면 우리 기초과학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한편, 여전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지금까지 과학벨트 사업추진 과정을 보면 한마디로 비과학적이다. 본질은 제쳐둔 채 정치적이고 비즈니스적이었다. 앞으로 진행될 사업도 그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금까지도 과학벨트 얘기의 상당수는 정치권 아니면 지자체로부터 흘러나온다.

 한국의 기초과학은 선진국에 비해 뒤쳐졌다. 더 이상 기초과학을 등한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학벨트는 한국의 기초과학에 찾아 온 절호의 기회다. 때문에 기초과학을 위한 과학벨트는 이제 과학자들에게 맡겨져야 한다. 비록 시작은 정치적이었더라도 그 끝은 과학한국의 주춧돌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