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데이터센터 탈일본, 불가피하다"

 KT와 소프트뱅크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매개로 전산 자원 공유에 합의했다. 우리나라와 일본 대표 두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공동으로 구축키로 하면서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데이터센터 구축, 일본 대지진으로 급물살=두 회사의 제휴는 지난해 3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KT가 실무자 선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소프트뱅크에 제안했다. 그러나 정보보안 등의 문제로 큰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사업이 급물살을 탄 건 일본 대지진이었다. 대지진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전력난이 심각해지면서 이번에는 소프트뱅크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단순한 제휴가 아닌 합작회사 설립을 포함한 전략적인 파트너 관계를 요청했다. 지진 발생 후 손 회장이 이석채 회장에게 전화 후 2일 만에 CEO 미팅이 결정되는 등 협의에서 결정까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소프트뱅크 측은 서버 운영비 등 경제성을, KT는 글로벌 진출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특히 이 회장은 일본을 돕기 위한 ‘선의의 프로젝트’로 표현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서 신속하게 합의를 이끌어 냈다.

 ◇합작사 설립, 양국 기업 교류에도 기여=이번 제휴는 크게 세 가지 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먼저 따뜻한 IT의 실현이다. 한일 양국 대표 기업이 협력해 지진 피해 이후 전력난을 겪는 일본 기업의 경영 활동의 영속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두 번째는 내수 위주였던 IT서비스 산업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 이석채 회장은 “데이터센터를 외국에 두기가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며 “두 회사의 제휴가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일회성 제품 수출이 아니라 국내에 있는 IT산업 자체가 글로벌 무대에 진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실제로 KT는 일본 진출을 시작으로 한국을 글로벌 데이터센터 허브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 걸림돌은 개인정보보호 문제=한일 공동 데이터센터의 최대 과제는 역시 개인정보보호와 같은 보안 문제다. 사실 자국 고객의 민감한 정보를 외국에 있는 별도 서버에 둔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불안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는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등으로 다소 불안한 일본 전산 인프라를 해외에 두는 방안이 효율적이라고 말하지만 이를 일반 기업이 얼마나 받아들여질 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나아가 보안 문제가 터졌을 때 책임 소재를 놓고 기업 혹은 국가끼리 적잖은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손 회장도 이를 의식해 “두 회사의 데이터센터 연결은 철저하게 전용 폐쇄망으로 운영하고 2, 3중의 보안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회사 제휴와 별도로 열린 설명회에는 역대 사상 최대인 1200여개 기업이 참가 신청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성공을 확신했다.

   일본(도쿄)=

  

  <표>KT-소프트뱅크 합작 현황

  - 합작사: KTSB데이터서비시스(KT 51%, 소프트뱅크 49%)

  - 투자 규모: 750억원

  - 데이터센터 완공일: 2011년 10월

  - 규모: 6000KW(서버 1만대 규모)

  - 서비스:코로케이션, 호스팅, VDI(가상 데스크톱), 백업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