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군수업체들의 기밀이 수 년째 사이버 공격(해킹)에 줄줄 새고 있다는 안보 분야 전·현직 고위관리들의 증언이 나왔다.
전 세계에 도청과 스파이, 코드 추적 시스템을 가동하는 미국 국방부는 100개 이상의 외국 정보기관들이 미국 네트워크 침입을 시도해 왔다고 밝혔다.
보안 분야 담당자인 윌리엄 린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해 가을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일부 공격자들은 미국의 정보 인프라를 방해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보안분야 책임자로 활동한 조엘 브레너 전 국가방첩관실 실장도 31일 거의 모든 대형 군수업체들의 네트워크는 뚫린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현상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진행됐다"면서 주요 위협 국가로 러시아와 중국, 이란을 지목했다.
브레너 전 실장은 "그들은 우리의 무기 시스템과 연구개발(R&D) 시스템을 추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 최대 군수업체인 록히드 마틴은 해킹 피해 사실을 공식확인했다.
록히드 마틴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지난 21일부터 자사 정보 시스템 네트워크에 중대하고 지속적인 공격이 있었다는 사실을 감지했다면서 피해 사실을 인정했다.
미국 정부에 정보기술(IT)도 제공하는 이 회사는 "전 세계의 상대방(적수)으로부터 잦은 공격 목표가 됐었다"면서도 어떤 무기가 공격대상이 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록히드 마틴은 F-16과 F-22, F-35 전투기, 트라이던트 미사일, P-3오리온 대잠초계기 등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군수업체다.
지난 2009년 이 회사는 3천800억달러(409조원) 규모의 F-35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주요 데이터를 저장한 컴퓨터가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또 해킹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군수업체들은 보잉, 제너럴 다이내믹스, 노스롭 그루만, 레이숀 등 미국의 5대 방위산업체들과 영국의 BAE 시스템 등이 꼽힌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하나같이 피해 여부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제임스 밀러 미국 국방부 국방정책 담당 부차관은 최근 "미국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수십 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가 유출됐다"면서 이는 의회도서관 몇개를 채울 수 있을 만큼의 분량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헤이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인터넷과 연결된 어떠한 네트워크도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헤이든 전 국장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네트워크를 기밀로 분류해 분리시켜야 한다"면서 "네트워크가 월드와이드웹(www)과 연결된다면 언제든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전직 연구원인 애넙 고시도 올해 초부터 미국 군수업체와 보안업체,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를 포함한 정부 연구소 등의 네트워크에 침입이 시도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우리는 정보보안 분야의 기술을 혁신하는데는 실패했지만, 냉전시기의 국방력 강화에 못지 않게 해킹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가 국가 기간망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이버 공격행위를 전쟁행위로 간주해 무력 대응을 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보도해 미국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