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분야 중기 적합업종 신청품목…조합 통한 신청품목 현실성 높아

 중소기업 적합 업종·품목에 대한 현실성 논란이 제기됐다. 각 품목별로 이해관계가 상충된다는 점에서 예상됐던 부분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IT분야에서 예상보다 많은 품목이 접수되면서 논란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IT분야 어떤 품목 신청했나=당초 전기·전자업종은 LED등, 데스크톱PC 등을 포함해 10개 이내 품목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접수 마감 결과 전자업종에서 10개, 전기업종에서 22개로 총 32개나 신청했다. 신청이 크게 증가한데는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식의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신청 품목에 대한 발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동반위가 발표한 품목은 각 업종별로 절반도 안 된다. 10개 품목이 신청된 전자업종은 데스크톱PC, 차량용 블랙박스, 위성방송수신기, 폐쇄회로카메라 네가지만 밝혔다. 또 전기업종도 22가지 중 송배전변압기, LED등, 조명장치, 이온정수기, 가정용 전기청소기 등 5개 품목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품목에 대한 논란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가 더 주목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품목은 전자업종에서 LCD편광필름, DVR, 비디오도어폰, 홈네트워크장비와 전기업종에서 수배전반, 개폐기 등이다.

 ◇복잡한 시장 현실=LCD편광필름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대기업들이 사업을 펼치고 있는 영역이다. 세계적으로 기술경쟁이 치열해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 국내에서는 LG화학과 삼성계열인 에이스디지텍이 대표적이다.

 LED등도 세계 시장을 고려하면 중기 적합업종 지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스람, 필립스, GE 등 강력한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만 제한하면 역차별이 되고, 글로벌 시장 논리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소업체들은 대기업의 국내 조달시장 참여만이라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분야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기존에는 DVR가 독자적인 기기였다면, 최근에는 IP네트워크, 보안 등의 기능과 결합하고 있다. DVR는 하나의 기능처럼 되고 있어서 사업영역을 한정하기가 쉽지 않다. 또 대기업보다는 저가를 앞세운 중국과 대만의 공세가 더 큰 걸림돌이다.

 가정용 전기청소기는 동반위가 확정할 세부 가이드라인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지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OEM을 허용할지 여부가 품목 선정에 핵심 열쇠다.

 ◇조합 통한 신청품목 가능성 높아=조합을 통해 신청한 품목은 선정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조합에서 타당성과 선정 가능성 등을 사전에 검토한 후 신청했기 때문이다.

 김형철 전자조합 본부장은 “중소기업이 시작해서 사업을 잘하고 있는데, 시장을 만들어 놓은 뒤 대기업이 들어와 차지하려는 분야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전자조합이 신청한 비디오도어폰과 홈네트워크장비 분야는 기술력을 갖춘 코맥스, 코콤 등의 전문업체들이 이끌어 왔지만, 몇 년 전부터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이 진입하기 시작했다. 대기업 진출 이후 덤핑과 물량공세 등으로 시장이 혼탁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기조합도 사전 검토를 거쳐 수배전반, 변압기, 개폐기를 신청했다. 이들 장비의 주 공급처인 아파트 공사 입찰에 대기업들이 계열사를 통해 쉽게 진입하면서 중기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기조합 관계자는 “기업들의 요청이 많았지만, 시장 구도를 봤을 때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품목만 신청했다”며 “신청한 품목은 대기업 입장에서는 비중이 높지 않은 분야”라고 말했다.

 홍기범기자·권건호기자 kbhong@etnews.co.kr

 

 <용어>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시장규모가 작은 업종 또는 품목을 중소기업 영역으로 보호해주는 제도다. 중소기업청이 지정한 582개의 사업이양권고 업종·품목을 기반으로 한다. 법적인 강제성은 없지만, 위반시 대기업 동반성장지수 점수에 반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