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e메일 주소나 트위터·페이스북 계정만으로 간편하게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인증체계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KTH와 엔씨소프트가 주민등록번호 없이 회원가입해 자사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한 가운데 정부도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일평균 방문자 1만명 이상 사이트는 주민등록번호 이외의 회원가입 방법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모바일 서비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간편한 비실명인증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높다.
국내 인터넷 환경의 문제로 지적돼온 실명제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다. 그러나 한편에선 게임 셧다운제와 같이 실명인증을 전제로 하는 제도를 추진, 정책 혼선으로 관련 업계 및 사용자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개방형 인증 “효과 봤다”=KTH(대표 서정수)는 지난달 24일 실명인증 과정을 생략한 비실명 개방형 인증체계를 도입한 후, 자사 포털 및 모바일 서비스 신규 가입자 수가 평균 59% 상승했다고 1일 밝혔다. 스마트폰 카메라 앱 ‘푸딩’과 위치 기반 서비스 ‘아임인’ 등 모바일 서비스를 중심으로 비실명인증 방식으로 신규 가입한 사람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신규 가입자 중 기존 실명인증 방식과 비실명인증 가입자 비율은 3대7 정도로 나타났다. 특히 모바일을 통해 신규 가입한 사람의 비율이 50%로 기존에 비해 5배가량 늘어났다. 박태웅 KTH 부사장은 “개방형 인증 도입 후 짧은 기간이지만 주목할 만한 가입자 증가 추세를 보였다”며 “간편한 인증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사용자들에게도 편리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모바일을 통한 가입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규제 풀려야 개인정보보호·글로벌 시장 공략”=개인정보보호 인식이 높아지고 세계 시장을 노리는 신생 앱 개발사가 늘어나면서 비실명 방식의 개방형 인증 도입은 확대될 전망이다.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기존 방식으론 글로벌 사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으로선 개인정보 보관 및 관리 부담도 작지 않다. 인증 과정을 단순화하고 소셜 서비스 계정과 연동하는 것이 사용자 확대에도 유리하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부 역시 최근 관계 법령을 개정, 주민등록번호 이외의 회원가입 수단을 제공토록 했다. 그러나 제한적 본인 확인제로 뉴스 댓글 등을 달기 위해선 실명인증을 해야 하고, 역시 실명인증을 전제로 하는 게임 셧다운제가 11월 실시될 예정이라 개방형 인증 제도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방통위 관계자는 “되도록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줄인다는 방향인데 게임 셧다운제 같은 부분이 문제가 된다”며 “관계 부처와 협의해 불필요한 개인정보 이용을 최소화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