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61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과 박찬경 미디어아티스트 형제가 출품한 ‘파란만장’이 단편 부문 최고상인 ‘황금곰상’의 영예를 안았다. 장편과 단편을 통틀어 한국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사례는 파란만장이 처음이다.
영화 파란만장은 베를린 영화제 수상 이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 전체를 아이폰으로 촬영했기 때문이다. 필름 카메라 일변도의 영화계에 디지털 카메라가 도입된 지도 오래지 않은데 이제는 작은 스마트폰 하나로 영화 촬영이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아이폰 영화는 고가의 장비가 필요 없다. 촬영에서 편집, 그리고 상영에 이르기까지 아이폰 하나면 충분하다. 신간 ‘아이폰 영화 만들기’는 제목 그대로 아이폰을 활용해 영화를 직접 제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서다. 실용서답게 이 책은 그대로 따라하다 보면 나만의 영상 작품이 만들어진다.
아이폰 영화를 만들어본 현역 및 아마추어 감독들의 생생한 노하우가 이 책의 밑바탕이다. 최근 스마트폰 영화제에 출품 경험이 있는 봉만대·이호재·정정훈·정윤철 등 12명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아이폰 영화 제작 경험은 딱딱한 설명이 아닌 인터뷰와 컬럼 형식을 빌어 독자에게 전달된다.
이 책의 구성은 △아이폰 영화란 무엇인가 △아이폰 영화, 지금부터 만들어볼까 △감독, 아이폰 영화를 말하다 △아이폰 영화 관련 어플리케이션 완전 정복 △아이폰 촬영 보조 장비들 등 다섯 파트로 이뤄졌다.
이 책은 시나리오 기획 및 구성부터 영상 촬영 방법, 음향과 특수효과로 이어지는 후반 작업까지 모든 제작 과정을 소개한다. 상영된 아이폰 영화에 쓰인 촬영 및 편집기법도 담았다. 영화 관련 어플리케이션과 보조 장비들도 소개한다.
아이폰의 기본적 촬영 설명은 물론 대표적 동영상 어플리케이션인 ‘아이무비’와 ‘올모스트 DSLR’ 활용법도 설명했다. 아울러 만든 영화를 상영하거나 공유 가능한 국내외 영화제를 소개하고, 각종 영화 관련 정보도 담았다.
이 책을 출간한 영진닷컴은 IT 실용서 분야의 대표적 출판사다. 과거 ‘할 수 있다, 쉽게 배우기’ 시리즈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양산했다. 그 경험이 이 책에 녹아 있다. 시원시원한 사진 배치와 꼼꼼한 설명이 이를 증명한다.
저자가 IT나 휴대폰 전문가가 아닌 방송작가 출신 영화 마케터와 영화 기자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만의 언어가 아닌 대중이 알아듣는 쉬운 말로 책을 풀어간다. 이 점이 영화 제작에 대해 전혀 모르는 비전문가나 스마트폰 초보자라도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폰과 이 책을 갖고 누구나 한 번 쯤 꿈꾸는 영화감독 데뷔를 이뤄보자.
유순미·지용진 지음. 영진닷컴 펴냄. 1만4000원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