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만 남고 `정책`은 빠졌다...경쟁 활성화 정책 절실

 진통 끝에 통신요금 인하안이 마련됐지만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통신요금 인하는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 경쟁 활성화 정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업계의 요금인하를 유도하고, 소비자 편익과 통신산업 발전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용경 의원(창조한국당)은 “현 이동통신 시장의 과점 구도가 요금경쟁을 가로막는 근본 요인인 만큼 경쟁 확대 정책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만든 요금제”=이날 발표된 통신비 인하안은 통신사업자와의 사전 협의를 거치긴 했지만 사실상 정부가 시작해서 정부가 끝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통신요금 인하 논란은 지난 2월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통신비를 낮추는 것이 서민 생계비 부담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지적한 후 갑작스레 불거졌다. 이후 4월 국회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의원들이 통신비 인하를 요구하면서 통신요금 문제는 산업이 아닌 정치 논리로 흐르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달 23일에는 한나라당이 노골적으로 방통위에 통신비 인하안 재검토를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주무부처인 방통위마저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마당에 통신산업 발전이라는 명제는 좀처럼 반영될 기회를 찾지 못했다.

 ◇“부실한 경쟁촉진 정책”=정부 발표안에 ‘통신시장 경쟁촉진’ 항목이 포함되긴 했지만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동통신재판매(MVNO), 신규 기간통신사업자 진입 지원책은 그간 언급됐던 수준을 넘지 못했다.

 하반기 서비스 개시 예정인 MVNO서비스는 아직 이동통신사업자(MNO)와 MVNO간에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말 그대로 상징적인 서비스 개시에 그칠 공산이 크다.

 MVNO업계 관계자는 “통신요금 인하로 인해 앞서 기존 대비 20% 이상 저렴한 요금을 준비해온 MVNO는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졌다”며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나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규 통신사업자 진입 지원 역시 지난 두 차례 제4이통사업자 심사 탈락 이후 사실상 정부는 손을 놓고 방치해온 상태다.

 ◇이용자-산업 ‘윈윈’ 포인트 찾아야=이번 통신비 인하안 발표를 앞두고 통신업계는 과다한 통신요금 인하 요구보다는 스마트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투자촉진과 신성장동력 창출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통신요금 이슈가 통신사업자의 투자의욕 저하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면 국가 기간 인프라인 통신산업이 후퇴하고, 이는 결국 이용자의 피해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자간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요금이 내려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쟁촉진 정책을 강화하고, 불합리한 시장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뜻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사업자와 단말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불공정행위 조사를 펼친 것처럼 가격거품을 유발하는 근원적 요인을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지,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용경 의원은 “이용자가 지불한 요금만큼 약속된 서비스가 제공되는 지에 대한 정부의 감독관리가 필요하지만 정부가 요금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시장의 역할까지 대신하겠다는 유혹에 빠져선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