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키아 등 휴대폰 제조사들이 줄소송을 당할 전망이다. 지난 1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공식적으로 휴대폰 사용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시민 단체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 그간 휴대폰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소송은 대부분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됐다.
2일 로이터 통신은 미국 대법원이 휴대폰 이용자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과 관련, 법무부에 심리 진행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고 보도했다.
WHO 공식발표에 앞서 미국 소비자단체인 ‘퍼블릭 시티즌’은 삼성전자, 노키아, AT&T 등 19개 통신전자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퍼블릭 시티즌의 앨리슨 지브 대표는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등이 휴대폰의 잠재적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안전한 것처럼 광고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피고 측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휴대폰 사용자들에게 헤드세트를 제공하도록 명령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지만 얼마 전 항소법원은 이 소송이 연방법과 충돌한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미국 대법원은 WHO의 공식 발표 이후 이 소송에 대한 심리를 다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법무부에 심리 진행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지브 대표는 “우리가 처음 소송을 제기했을 때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손가락질을 받았다”며 “WHO 발표를 계기로 법무무가 이번 사건을 진지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전했다.
퍼블릭 시티즌 이외에도 미국 내에서 개인 및 단체들의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볼티모어의 조앤 슐더 변호사는 “그간 보류됐던 ‘몇 백개’의 소송이 몇 달 안으로 줄을 이을 것”이라며 “현재 정확한 피해를 산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지니가 요술램프 밖으로 나온 셈’”으로 비유했다.
이에 휴대폰 산업 연합회의 폴 프릴링 대변인은 “휴대폰과 암의 상관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법원에서도 과학적인 물증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휴대폰과 관련된 소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3년 미국 신경과 의사인 크리스토퍼 뉴먼은 자신이 6년간 사용한 휴대폰 때문에 뇌종양에 걸렸다며 전화 제조사 모토로라와 이동통신회사를 상대로 8억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종양과 휴대폰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더 많다”며 소를 기각했다.
존 월스 미국 무선통신협회(CTIA) 부회장은 “지난 소송 중 거의 대부분이 휴대폰 사용과 암이 관계가 없다는 판례가 대부분”이라며 “미 식품의약청과 연방통신위원회 역시 둘 사이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AT&T 등 주요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은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