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팬택, 일본에서 빛났다

[르포]팬택, 일본에서 빛났다

 일본 도쿄 신주쿠. 젊은이의 거리로 도쿄에서도 가장 번화한 지역이다. 지난달 30일 좀 늦은 오후 시간이었지만 대지진 여파 때문인지 분위기는 예전만 못했다. 그러나 ‘휴대폰 강국’답게 휴대폰 매장만은 북적거렸다. 자국 브랜드가 강한 일본답게 샤프·후지쯔·도시바 제품이 매장 진열대 정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이들 브랜드 사이에서 낯익은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팬택이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야심작 ‘시리우스 알파’였다. 지난해 말 선보인 시리우스가 텃세가 심한 일본에서 쟁쟁한 로컬 브랜드와 자웅을 겨루고 있었다.

 팬택이 일본시장에 연착륙했다. 팬택은 지난 2005년 11월 일본에 진출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이었다. 지난 5년 동안 팬택은 일본 내 외산폰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100만대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 모델을 두 개나 내놓았다. 2009년 누적 판매 대수 300만대를 돌파하고 400만대에 도전 중이다. 가장 먼저 일본에 눈독을 들였고 그 결과 외산 브랜드 중 첫 300만대 돌파 기록을 이루었다. 대지진 여파로 수요가 감소했지만 일본 전체 연간 휴대폰 시장 규모는 3800만대로 글로벌 ‘빅5’ 수준이다.

 일본은 로컬 브랜드가 강해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려 왔다. 그만큼 글로벌 브랜드 진출이 녹록지 않은 터프한 시장이다. 휴대폰 1위 노키아도 사업을 접었고 휴대폰 원조인 모토로라도 맥을 못 추고 있다. 대신에 샤프·후지쯔·도시바·NEC·파나소닉과 같은 우리에게 다소 낯선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했다.

 팬택은 2008년 9월 출시한 간단모드 등 실용 기능에 초점을 맞춘 ‘팬택-au W62PT’가 100만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제2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이에 앞서 ‘팬택-au A1406PT’ 100만대를 팔아 치워 외국 휴대폰으로 처음으로 밀리언셀러를 탄생시켰다. 2007년 10월에는 일본의 3대 사업자인 KDDI 요청으로 소리가 진동으로 전달되는 골전도폰 ‘팬택-au A1407PT’를 출시해 혁신 제품으로 일본 시장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두 번째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W62PT 모델은 출시부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성공 신화를 이루었다. W62PT는 2008년 9월 KDDI를 통해 선보인 3G폰. 휴대폰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사용자 편의성을 크게 높이고 듣기 힘든 고주파 대역음을 듣기 쉽게 보정하는 ‘분명히 통화’ 기능이 인기를 끌어 밀리언셀러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팬택은 지금까지 일본에 6개 모델을 내놨으며 출시 이후 4년 연속 KDDI로부터 자사 브랜드 ‘au’ 가치를 높이는 데 공헌했다며 감사패를 받는 성과를 올렸다. 김영일 법인장은 “다른 외국 기업과 달리, 일본 전용 단말기를 디자인부터 개발, 판매, 서비스까지 모든 과정을 현지 사업자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일본 사업자, 대리점, 소비자가 원하는 요구를 맞추는 등 철저한 현지화 결과”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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