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사업자, 기본료 인하 반대...진통 예상

 정부가 내놓은 기본료 인하안에 대해 KT, LG유플러스 등 후발사업자가 일제히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 주도의 통신요금 인하와 관련한 진통이 예상된다.

 2일 발표된 통신비 인하안 중 일괄적으로 기본료를 낮추는 것에 대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수용계획을 밝혔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방통위는 이날 요금 인하안을 내놓으면서 “이번에는 인가사업자의 방안이 발표됐지만 향후 타사업자도 시장경쟁 상황 등을 고려해 인하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KT, LG유플러스는 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원칙에는 원론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이번 합의가 요금인가제 사업자인 SK텔레콤과 방통위 간 일방적으로 진행된 사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일단 이통사를 통하지 않고 단말기를 개통할 수 있는 ‘블랙리스트 제도’ 데이터와 음성 통화량에 따라 개인이 요금제를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모듈형 요금제도’와 취약계층을 배려한 ‘노인·청소년 요금제’ 등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기본료 인하 방안에는 지금 당장 동참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방통위의 통신비 인하안 발표와 동시에 SK텔레콤이 전체 고객 기본료 월 1000원을 인하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KT 관계자는 “방통위와 SKT가 합의안 사안에 일방적으로 보조를 맞출 수는 없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기본료 등을 인하할 계획은 현재는 없다”고 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안이 없다”며 “조만간 구체적 대응방안을 말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두 회사 모두 기본료 인하에는 동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 같은 후발사업자의 반발은 이미 지난달 한나라당이 방통위에 일방적으로 기본료 인하를 요구하면서부터 예견된 일이다.

 요금인하안이 정치논리에 휘말려 선심성 대책으로 변질됨에 따라 통신산업 발전과 사업자의 개별적 상황 등은 우선순위에서 배제됐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기본료 1000원만 내려가도 수익악화를 넘어 이통사업 부문 적자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후발사업자가 기본료 인하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나타날 경쟁력 약화다. 가뜩이나 시장 지배력이 높은 1위 사업자가 가격경쟁력까지 갖춰나간다면 후발사업자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통신시장의 경쟁 구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