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택 전 정통부 장관(71)이 ‘제4이동통신’ 사업권에 도전장을 던졌다.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준비위원회 사령탑을 맡기로 한 것이다.
KMI는 이미 두 번의 방통위 심사에서 모두 고배를 마신 상황이다. ‘사업권 삼수’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양승택 전 장관은 마지막 ‘히든카드’나 마찬가지다. 만약 이번에도 신청을 반려한다면 사실상 사업 자체가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양 전 장관은 “2차 탈락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보완 중”이라며 “전국 통신사업자에 걸맞은 주주 구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핵심 사안인 주주 부문을 해결하는 게 관건입니다.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방통위 지적 사항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업체와 접촉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전송망사업자, 중견기업, 투자금융사, 케이블업체 등과 상당한 수준에서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KMI 측은 “대략 6000억원 안팎에서 국내외 투자를 유치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식으로 합류 의사를 밝혔지만 KMI는 이미 오래 전부터 양 전 장관의 의사를 타진해 왔다. 지난 2월 2차 사업권 도전 실패 후 지금까지 공종렬 KMI 대표와 수차례 만남이 있었으며 5월 요청을 수락한 후 최근 SK텔레콤 고문직을 사임했다.
양 전 장관은 “혹시나 국가와 산업계에 누가 되지 않을까 망설였던 게 사실”이라며 “합류를 결정한 이상 사업권을 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방통위와 이 같은 내용을 공유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 전 장관은 국내에 와이브로를 도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1939년생으로 한국전기통신공사를 시작으로 1986년 한국통신진흥, 1989년 한국통신기술 사장, 1992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2001년부터 2002년에는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원로급 핵심 인사다.
그만큼 정부는 물론이고 산업계와 학계에 신망이 두터우며 폭넓은 인맥을 두고 있다. 특히 CDMA에 이어 와이브로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양 전 장관이 와이브로 서비스에 남다른 애정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업권 이후 서비스 성공도 자신하고 있다. 주파수 대역을 받는다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전국망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했다. 양 전 장관은 대략 투자 규모를 1조5000억원 정도로 예상했다.
“세부 내용은 확인해 봐야 하지만 1차 신청 당시부터 망 설계를 끝낸 상황입니다. 전국 7개 지역권별 세부 실행 계획이 수립돼 서울 지역을 시작으로 서비스 권역을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KMI는 2차 신청 당시 올해 10월 수도권과 광역시 포함 전국 82개 시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고 내년 말까지 전국의 군, 읍, 면 지역까지 망 구축을 끝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내년 말까지 4세대 통신기술 방식으로 개선해 4세대 모바일 인터넷을 전국에 서비스할 예정이다. 약간의 일정 변화는 있겠지만 큰 골격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KMI는 이르면 6월 중순,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사업권을 신청한다. 만약 사업권을 딴다면 양 전 장관은 상근 회장 겸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핵심 업무를 총괄한다. 특히 와이브로 세계화를 위해 해외 협력 강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한편, 양 전 장관과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은 KMI 사업권과 관련 “신문을 통해 KMI가 다시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아직 신청 서류는 제출된 게 없다”며 “제출된 안을 보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