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시장이 쇠락하는 속도와 KT그룹이 변화하는 속도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이석채 회장)
“2000년부터 플랫폼 사업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준비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애플·구글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정만원 전 SK텔레콤 사장)
지난 2일 SK텔테콤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가입비를 1000원 낮추고 문자메시지는 50건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물론 소비자가 할인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통신은 공공재라는 속성 때문에 끊임없이 외부의 압력을 받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다.
◇“통신 수익 ‘0’시대를 대비하라”=이통 3사의 컨버전스에 대한 고민은 한국 통신산업에 경쟁체제가 본격 도입된 1990년대에 시작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됐다.
1997년 10월에 PCS사업자가 이동통신 시장에 진입하며 SK텔레콤은 기본요금을 초기 2만1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통화료는 10초당 28원에서 26원 수준으로 인하했다. 15년 사이 기본료는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오는 7월부터 본격 출범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중 일부는 기본료를 받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카카오톡처럼 기존 이통서비스를 무력화할 대체제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통사업은 끊임없는 경쟁으로 최소한의 영업이익만 낼 수 있는 구조로 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3사 플랫폼 사업 육성…수익은 저조=때문에 3사는 자사의 가입자가 비통신 분야에서도 매출을 올려주길 기대하며 플랫폼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은 위치기반서비스(LBS), 커머스, 메시징, 콘텐츠유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n스크린 등의 플랫폼을 이미 상품화했다.
KT는 인수예정인 BC카드와 함께 금융결제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앱 기반 마케팅 플랫폼인 ‘올레캐치캐치’와 모바일 광고 플랫폼인 ‘올레애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가장 앞서 탈통신을 슬로건으로 내건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개방형 광고 플랫폼 ‘U+ AD’를 개발해 내놓았다.
최근에는 자사의 대표적 플랫폼인 와글, 플레이스북, 딩동을 하나로 결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것. 통신업계는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해서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애플과 구글은 운용체계(아이폰 OS, 안드로이드)와 서비스(앱스토어, 안드로이드마켓), 하드웨어(아이폰, 구글폰)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하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통사업자들이 OS와 하드웨어가 없거나 경쟁력이 낮은 상황에서 구글과 애플에 대적하기는 어렵다는 것. 서비스 플랫폼 부문에는 대형IT서비스와 SW업체 등 이 분야 강자들이 포진해있다는 점도 잠재적인 리스크다.
◇문제는 CEO의 의지=SK텔레콤이 플랫폼 부문을 분사한 ‘실험’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이유다. 성공이 불확실한 시장에서 이 같이 선택한 이유는 요금인하 압력을 분산하는 동시에 내부 매출 잠식(카니발라이제이션)으로 인한 신사업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그룹차원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해도 실무단에서 좌초된다는 뜻이다. 노세용 LG유플러스 컨버전스 사업단장은 “조직의 밑그림이 아니라, 윗단에서의 전략에 회사 전체가 힘을 집중할 수 있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