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요즘 정보기술(IT) 거품(버블) 논란이 뜨겁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로 첫 상장한 링크드인에 이어 온라인 쿠폰업체인 그루폰, 인터넷 라디오업체인 판도라미디어가 잇따라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링크드인의 과도한 주가 상승과 적자인 그루폰의 공모 규모를 보면 10여년 전 닷컴 열풍과 버블 논란을 재연할 태세다. 하지만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 기업의 주가이익(P/E) 비율이 한자리수라는 점에서 아직 버블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IT 종목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 코스닥 시장은 지난 5월 하루 평균 거래량이 6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코스피 시장의 매매가 자동차, 화학, 정유 업종에 쏠리면서 IT 종목은 소외됐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투자 열기를 일으킬 대형 재료가 없다. 일부 상장 기업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작전 세력의 개입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심지어 상장이 폐지됐다. 정부는 대기업 위주의 산업 정책과 IT 홀대로 거들었다.
제 가치보다 지나치게 높은 거품을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많은 벤처산업엔 ‘건강한 수준’의 거품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투자 시장은 지나치게 얼어붙었다.
요즘 모바일 앱을 중심으로 IT 벤처 창업이 활발하다. ‘제2의 IT 벤처 붐’이라 여길 정도다. 이 가운데 우리 미래 산업을 이끌 대표주자가 나올 수 있다. 이런 기업이 거품이 생기기도 전에 말라죽어선 안 될 일이다. 이 때문이라도 정부는 비리를 철저히 감시해 투자자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또 우수 IT 기업이 저절로 드러날 벤처 생태계 조성에 대기업, 벤처캐피탈과 함께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IT 산업이 여전히 미래 성장동력임을 확인시켜야 한다. 그래야 투자가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