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폰 유통구조 바꾼다더니…이통사 보조금 출혈경쟁 여전

대학생 이정진 씨(25ㆍ가명)는 3개월 전에 구입한 스마트폰 넥서스S 때문에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삼성전자가 만든 구글의 레퍼런스폰이라는 이유로 선택한 폰이 석 달 만에 인터넷에서 구매 당시 가격의 반도 안 되는 값에 팔리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5월 말 넥서스S의 판매가격은 할부원금 19만원. 2월 국내에서 선보일 당시 81만원의 4분의 1 값이다. 게다가 가입비와 유심칩 구입비까지 면제라 실제 구매가격은 더욱 떨어진다.

2011년 초 통신 가격의 현실화를 외치며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 휴대폰 요금을 내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이통사들의 가입자 유치를 위한 보조금 경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통신비 1000원을 내리면 6000억원이 손해`라고 외치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통신사들이 한편으로는 막대한 보조금 쏟아붓기에 여념이 없는 것.

보조금으로 인해 기기를 싸게 구매할 수 있지만 `아는 사람만` 싸게 구매할 수 있는 폐쇄성과 이용자 전체에게 저렴한 통신 가격을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을 `가입자 유치`에만 쓰는 것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6월께 KT를 통해 선보였던 구글의 첫 번째 레퍼런스폰 넥서스원은 현재 할부금 없이 위약금 8만원을 내면 공짜로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이 됐다.

최신 제품도 보조금을 듬뿍 먹고 있다. 지난달에 나온 삼성전자 갤럭시S2는 인터넷에서 할부원금 60만원대(출고가 84만7000원)에 6만5000원 요금제만 고르면 공짜로 살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보조금 힘싸움에선 지지 않는다. LG유플러스용 갤럭시S2는 현금지원까지 해줘 할부원금 50만원대가 깨졌다.

LG전자 제품인 옵티머스 마하는 4월께 할부원금 9만원에 팔리기도 했고 5월 초 출시한 옵티머스 빅은 한 달 만에 30만원대에 팔려 실구입 가격이 초기 구매가의 반밖에 들지 않는다.

이러한 보조금 관행 때문에 휴대폰 가격 현실화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업계에서 나오기도 한다.

용산 휴대폰대리점인 IT텔레콤의 김석범 실장은 "오프라인 구매자들은 지금도 매장에서 사갈 때 가입비와 유심칩 무료와 기기값 할인 혜택을 받는다"면서 "가입비를 깎는다든가 기기값을 내린다는 것은 실제 판매에서 득도 실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이 내린 만큼 보조금도 줄어들 것"이라며 "오히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훨씬 수월한 온라인 매장들이 점점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매장 관리비가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이 이동통신 3사의 고착화한 영업 구조로 보조금 경쟁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블랙리스트제`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블랙리스트 제도는 단말기 식별번호(IMEI) 관리제도 개선을 통해 IMEI 미등록 단말기도 통화를 허용하며 휴대폰 유통 방식을 바꾸는 시도다.

각종 판매 장려금, 단말기 보조금 등으로 고가 요금제에 가입시키는 행태를 바꿀 수 있다.

애초 최근 정부와 SK텔레콤이 발표한 통신요금 인하안에 포함돼 있었으나 `기본료`가 인하되면서 마지막에 제외됐다.

정부는 늦어도 연내 도입을 공언한 바 있으나 서둘러 도입돼 대형마트에서도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구입한다면 보조금 출혈 경쟁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매일경제 김명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