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vs구글…클라우드 경쟁 점화, 왜?

구글에 이어 애플까지 본격 경쟁에 가세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는 올해 IT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콘텐츠 기반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절정을 이룬 하드웨어의 발전속도와 결합하면서 IT 생태계의 근본 구조가 바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11년은 `클라우드`의 원년 =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구글 개발자회의(I/O)에서 구글이 클라우드 기반의 음악서비스 `뮤직베타`와 클라우드 노트북 `크롬북`을 선보인 데 이어 애플도 기존의 서비스를 대폭 개선한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를 발표했다.

애플과 구글이 올해 본격적인 클라우드 서비스에 맞불을 놓으면서 2011년은 클라우드의 원년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사용자의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데이터를 처리하지 않고 외부의 고성능 서버를 활용해 원격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나 메모리카드 등에 저장됐던 영화나 음악을 감상하거나 문서·주소록 등의 데이터를 외부의 서버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쓰는 서비스도 포함된다.

스티브 잡스는 세계개발자회의(WWDC) 키노트를 통해 "모든 파일을 USB 저장장치 등으로 옮기는 일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라며 아이클라우드 서비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실패로 평가받았던 모바일미에 대해 혹평하며 새롭게 설계된 아이클라우드는 모두 무료로 제공될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애플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특히 애플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강력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애플 시리즈의 하드웨어 파워를 더욱 견고히 한다는 구상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구글은 애플보다 한 발짝 앞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별도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아도 인터넷에 연결만 돼 있으면 문서 작성·편집이 가능한 구글독스(docs)는 이미 국내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구글의 대표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다.

구글의 음성인식이나 번역 기능도 중앙 서버에서 모든 데이터 처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클라우드 서비스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구글은 지난 5월 개최된 개발자회의에서 클라우드 음악·영화 서비스와 클라우드에 특화한 크롬 노트북을 공개하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구글에는 애플과 같은 강력한 하드웨어 라인업이 없어 클라우드를 통한 시너지 구현에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클라우드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면서 "애플은 하드웨어와 플랫폼 지배력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능`보다 중요한 건 `네트워크` = 애플과 구글이 클라우드 시장에 본격 진출함에 따라 스마트 기기의 중심도 개별 사양에서 네트워크 기능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직관적 사용자 환경(UI)이 개별 퍼포먼스의 능력보다 더 주목받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는 의미다.

클라우드의 최대 장점은 개별 데이터 처리 및 저장에 대한 부담을 줄여 하드웨어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기존의 PC들은 높은 성능을 위해 고사양의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저장공간이 필수적이었다. 특히 저장공간은 모바일 기기의 크기와 무게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였다.

저장 효율이 높아지고 솔리드스테이드드라이브(SSD) 등 플래시메모리를 활용한 장치가 등장하면서 PC의 크기와 무게는 놀랄 만큼 줄어들게 됐지만 더 작고 가벼운 PC에 대한 갈망을 완전하게 채울 순 없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PC 부품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에서 더 나아가 개별기기의 저장기능을 아예 외부의 서버로 옮김으로써 경량화·저렴화의 종결을 선언했다.

가령 구글 크롬 노트북 삼성전자[005930] 모델은 12.1인치의 화면 크기에 무게는 1.48㎏에 불과하다. 저장공간을 없애면서 가격도 저렴해졌다. 미국 시장에 출시된 제품의 가격은 499달러다.

아이폰 역시 현재 하드웨어의 상당 부분은 음악 저장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부피도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크기와 무게뿐만 아니라 가격까지 저렴한 아이폰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애플과 구글은 각각 iOS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용함으로써 플랫폼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게 된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림(RIM) 등 재기를 노리고 있는 경쟁사들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지게 됐다.

연세대 강정수 박사는 "전기 없는 냉장고를 생각할 수 없듯이 인터넷 연결 없는 스마트폰은 생각할 수 없다"며 "이는 애플과 구글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관심을 갖는 이유"라고 말했다.



◇국내는 하드웨어 경쟁 올인…"균형 갖춰야" = 애플과 구글이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클라우드 콘텐츠 서비스 등을 고루 갖추며 스마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여전히 하드웨어 경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과 구글이 각각 iOS와 안드로이드 위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쌓아올리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데 비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스펙(사양) 경쟁에만 한창이다.

얼마나 높은 클록 속도의 중앙처리장치를 사용했느냐, 얼마나 크고 더 밝은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느냐가 곧 국내 스마트폰 업계의 경쟁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업체와 일부 포털, 이동통신사들이 최근 클라우드 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혔지만 iOS나 안드로이드 등과 같은 강력한 플랫폼이 없어 시너지를 구현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한때 IT 강국의 위상을 과시했던 한국이 플랫폼 주도권을 뻬앗긴 채 하드웨어 제조에만 몰두하고 있는 현 상황은 국내의 폐쇄적인 규제 환경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과 LG 등 국내업체의 하드웨어 제작능력은 이미 최고 수준이지만 플랫폼 경쟁력은 아쉬운 부분"이라면서도 "제한적 본인확인제, 셧다운제 등이 당연하게 존재하는 한 글로벌 플랫폼의 출현은 요원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